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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 Sep 11. 2024

별콩이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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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부모가 된다고?


아이코, 이렇게나 기쁜 소식을 전해주다니.. 고맙다.  

별콩이라고 부를 거라고? 

아이고 이뻐라. 별콩이라니.. 우리 집 아기 별콩이...


니들, 엄청 기쁘지? 

아기 없이 살겠다고 하더니만, 이런 감사할 일이 있나. 

나?

나는 눈물이 난다.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니?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이쁜 아기 보는 것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 고맙다. 

니들이 부모가 되는 길에 나섰는데, 나도 힘껏 도와야지. 응원해야지.  


기분이 이상하다고? 

당연하지. 

이 기쁜 소식 앞에 당황되고 불편한 마음일 거라는 거.. 조금은 이해된다.

나는 니들이 자녀 없이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그렇게 나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는걸.  

자유롭고 독립적이던 나의 생활이 다 무너지고, 그렇게 잃은 자유는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나날이 계속될까 봐 많이 우울하기도 했었거든.


그런데 다 지나고 보니, 아이를 키우던, 내가 부모 노릇을 야무지게 했던 그 시절이 참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 지금은 너무 낯선 존재의 등장 앞에 이상한 기분이겠으나, 점점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서 결국엔 사랑 앞에 꼼짝 못 하는 엄마가 되고 말 거야. ㅎㅎ 


힘들었지, 물론. 

육체적으로야 너무너무 힘들었지. 특히 처음엔. 그런데 그런 나날 속에 예전엔 모르던 기쁨, 즐거운 감정들도 살포시 생겨나고, 어여쁜 아기로부터의 기쁨과 함께  자녀의 존재 덕분에 내가 자라고 인생도 꼭꼭 채워진다는 거지. 


정말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괴로움, 좌절도 따라오지만 그렇게 인생을 배우는 것 아니겠냐! 

비싼 자유이용권 사서 들어온 놀이 공원에서 온갖 것 다 이용해 보는 느낌이랄까. 인생에서 자식 가진 부모가 되어 본다는 것은 말이야. 특히 너희들처럼 '자식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겠구나. 피곤에 절어 비틀비틀하면서도 그 귀갓길엔 '참 잘 왔네, 즐거웠어' 그런 마음으로 귀가한다면 맞는 비유일까? 아, 할머니의 횡설수설 벌써 시작인가. 하하하!!!


사실 요즘 부모 자식 간의 이기적 관계나 거리감을 생각하면, 조부모의 주사랑은 100% 짝사랑이 될 거야. 

그래서 나 또한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흥분되면서도 벌써부터 시련당하는 상황을 각오하고 있기도 하지. 그런데도 나는 그 짝사랑 관계, 기꺼이 환영하고 투스텝으로 춤추며 만들어 보려고. 손주 사랑, 달콤 씁쓸한 시련으로 끝난다고 해도 기꺼이 기꺼이...


<자녀를 위한 기도서>( 김유태 저. 2004년)를 다시 꺼냈다.

지난해 집수리 한다고 이사 나갈 때 책이란 책은 거의 다 버렸지만 그 난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 책.

그 속에 "태아를 위한 기도" 챕터가 있구나. 손주를 위한 기도를 쌓고 쌓는 할머니가 되어볼게. 


니들 덕분에  기도 많이 하는 할머니가 될 것 같다.

에해라, 나는 할머니가 된다야~~~

마음은 두둥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야~~!


2024. 9. 2. 기도하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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