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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Oct 18. 2024

동생에게 보내보는 가을 편지


보고 싶은 나의 동생 금채에게!

가을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구나

신문지상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관련책들이 불티나게 잘 팔리고 평양상공에 무인기와

전단으로 북한에서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등 국내, 외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단다 


이러한 일상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지나가고 세월은 변함없이 흘러간다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문득문득 나를 가장

잘 따랐던 내 동생 금채가 생각나

 오늘 밤도 모든 일상의 생활을 잊고 싶어  자정이 넘은 이 시간에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너를 그리워하면서 글을 써본단다


시간과 세월이 많이 흘러가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이 수없이 바뀐 지도 27년이 지났다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했던 1997년 5월 1일 밤 12시 잠을 자다가 갑자기 어둠의 적을 깨뜨리고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에 일어나 전화기를 드는 순간 네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청천 병력 같은 비보를 듣고 천리길 떨어진 고향으로 새벽 열차를 타고 내려갔었지!


급한 마음으로 괴로움과 슬픔에 젖어 고향집에 와보니

 너는 이미 차가운 몸으로 식어버린 너의 육신을 만지면서 슬픔과 괴로움으로 가슴이 터질 듯해 눈물을 펑펑 쏟아붓던 그날이 벌써 27년이란 세월이 지나가버렸구나ㆍ

(영혼결혼식 사진)

사랑하는 내 동생 금채야!

그토록 어렵고 힘든 가정에서 4남 3녀 중 2 남으로

태어나 장남인 형 다음으로 고생을 많이 하면서 법원이나 검찰직 공무원이 되어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법원직과 경찰직 시험을 치러 합격한 후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너는 낮에는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공부를 하고 밤에는 백화점 지하에서 경비생활을 해가며 공부를 했었지!


결국에는 교정직 시험에 합격해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범법자들을 관리하고 교화하면서 보람감을 느낀다는 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구나!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의 몸으로 어머님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스스로 돈을 벌어 결혼하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살아가던 너의 지난 모습들을  생각하면 형의 가슴이 찢어질 듯 마음 아프다.


그 당시 우체국에서 내가 24시간 격일제로 근무를 하던 날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겼다며 하루에 1만 8000원씩을 받고 하루 종일 잠도 못 자고 24시간 동안 눈을 비벼가며 우편물 분류작업 아르바이트로 고생을 했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또 한 번 찢어질 듯했단다

너와 내가 형제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냈는데  너는 이제 영영 다시 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떠나 버려 우리 7남매 중 3남매가 너무 빨리 내 곁을 떠나 하루하루가 슬프고 힘들고 쓸쓸하기만 했단다


 명절이 되면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 곁을 찾으면 너의 빈자리 때문에 어머니는 네가 보고 싶어 울음을 터뜨리니 너를 그리워했지만 부모님이  계신 곳에서는

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지!


이러한 슬픔도 모른 체 매년마다 찾아오는 명절이면 온 가족 형제들이 함께 모여 하기애애한 대화나누는

다른 가족들이 너무나 많이 부러웠고 그럴수록 네가 그리워지더구나.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나이로 요절해 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결혼을 하여 제수씨 있는 동료들이 그렇게도 부럽더라


그런데 그렇게도 허무하게 너 혼자 훌쩍 떠나버리고 난 후 형은 여기저기 수소문 하여 평소 알고 지내던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네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2개월 전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것을 새마을금고 상무님으로부터 듣고 알게 되었단다.


사망한 그 여직원의  아버지를 만나 너와 부부의 인연을 만들어 주고 싶어 영혼결혼식을 시켜주기 위해

 호적을 조회하여 주소를 알아내 여직원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지 


사돈어른이 되실 너의 장모님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나중에 너의 장인 어르신이 될 그분을 만나 그동안의

사연들을 자초 지종 말씀 드렸더니 너와의 영혼 결혼을 허락해 주셨다


 그  여직원의 아버님과 숙부님이 누추한 우리 고향집까지 내려오셔서 예물예복을 준비해 너의 영혼결혼식을 올렸단다.

그날 밤 칠흑처럼 깜깜한 밤에 너의 결혼식이 끝날 무렵 하늘도 슬펐던지 갑자기  비가 내리더구나.


사랑하는 내 동생 금채야!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과 꿈을 하늘나라에서 꼭 제수씨와 함께 이루어 행복하게 살아다오!


 그리고 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했던 뺑소니 운전자를 이제는 너그럽게 용서해 다오!

 뺑소니 운전자를 잡기 위해 형은 서울에서 순천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내려가 수소문하고 도움이 될만한 곳은 다 찾아가 보고 경찰과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가해자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사고 현장에는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와 전단지만 사고 현장을 지켰었단다.


네가 남기고 간 적금과 퇴직금 보험금은 너의 후배들을 위해서 너의 이름을 새긴 장학금으로 기탁하려고

하였으나 아버지의 잘못된 생각으로 너의 남동생이

사업을 벌여  사업자금으로  다 도와줬지만 결국에는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단다


너는 너무나도 빨리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지만 여기서 이루지 못한 신혼의 꿈과 행복을 천국에서 만끽하기 바란다.


먼 훗날!

우리 형제들이 하늘나라에서 만나게 되면 제수씨와 함께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마시면서 그동안  못 다했던 이야기들을 밤새도록  나눠보자


하늘나라에는 어머니랑 누나 그리고 막내 병희랑

할아버지 할머니도 잘 계신지 궁금하구나

최근에는 두 고모부님 내 외분도 그곳으로

떠났단다

다들 이곳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 버리니

이곳에는 해가 갈수록 남아 있는 친척 친지들이 줄어들어 지나온  옛 정겨운 시절들이 추억으로만 간직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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