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오래 살아야 행복하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100세 시대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전체 인구 중 75세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은
54퍼센트라는 통계수치가 나와있다
대부분 남성보다 여성이 더 오래 사는 게 보편적인데
우리 집과 처갓집은 어머님과 장모님이 더 일찍 별세하시고 남성인 아버지와 장인 어르신이 10년 이상
더 살아 계신다
부부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더 오래 사시니 축하드려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렇지만 아버지보다는 어머님이 더 현명하고
자애로우신 것은 확실하다
어머님이 거의 20여 년 전에 길을 걷다가 홀로 사는
노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치어 뇌를 크게 다쳐 쓰러지신 후 자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다
문병을 와도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병실에 계속 들어 누워 계시다 보니
욕창이 생기고 병원과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10여 년 전에 작고하셨다
우리 집은 너무 보수적이어서 논이나 밭. 집. 임야 등 모든 재산들이 아버지 명의로 등기되어 있고
어머니는 시장을 가시거나 다른 어디를 가시든지 항상 아버지한테 그때그때 돈을 타서 시장을 보러
다니셨다
그나마 할아버지 할머님 돌아가시고, 그것도 연세가 든 이후에나 현금으로 용돈을 타서 사용했지만
그 이전에는 채소와 쌀 콩. 등. 무거운 농작물을 머리에 이고 멀고 먼 10리 길을 검정 고무신을 신고 재래시장에 가서 물건을 팔아 현금화시켜 다른 물건들을 사 오시거나 현금으로 바꿔 집에 들어오신 후, 아꼈다가 가용돈으로 쓰셨다
이렇다 보니 우리들이 학교에 다닐 때 책 보자기를 등 뒤에 메고, 검정고무신을 신고 10리 길을 매일 걸어
학교에 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무섭고 지긋지긋한 추억이다
아버지는 무뚝뚝한 성격이다 보니 아버지에게 우리 형제들이 인사나 말씀드리기도 어려웠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무뚝뚝하고 책임감이 부족했던 아버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4남 3녀 7남매 중 둘째이고 장남으로 태어난 나에게는 누나가 한분 계셨는데 초등학교만 졸업시키고
집에서 농사일이나 시키면서 그 어린 딸에게 화를 내시니 항상 어머님이 아버지한테 욕을 하거나
자녀들에게 무섭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동생들이 줄줄이 성장해 내 뒤를 따라오니 먹고살기도 힘든 형편에 고향집에서 상주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돈도 없는데 타향으로 무조건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었다
능력 있는 부모님이라면 자식들이 공부를 하거나 취직을 하게 되면, 전세방을 구해주지 못하면 월세라도 얻어 줄 것인데 내 아버지는 그런 위인도 못되었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몸도 불편하고 거동도 어눅해져 언어소통 인지능력도 떨어지니 어머니를 위로하기보다는 "바보ㆍ멍청이. 얼간이"라고 습관적으로 부르시니 항상 아버지가 옥이야 금이야 귀중하게 키운 네 살 된 손자 찬혁이도 할머니인 내 어머님을 발로 톡톡 차면서 아버지가 습관적으로 내뱉은 단어들인 "바보. 멍청이"라고 손주가 할머님에게 버릇없는 행동들을 했다
이런 버릇없는 행동을 한 네다섯 살 된 손자 찬혁이를 내가 호통치면서 교육을 했지만.
아버지는 그러한 손주가 예쁘고 귀여운지, 호통보다는 오히려 오냐오냐 껴안으면서 예뻐해 주어 큰아들인
내 마음은 속이 타고, 울화통이 터져 아버지한테 "손자가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꾸짖고 교육을 시켜라고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셨다" 쉽게 말해 우유부단하신 성격이시고 유교사상에 푹 빠지신 분이다 보니 성격이
평생 동안 바뀌지 않았다.
남동생들이 교통사고와 돈이 없어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했던 내 누나가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후
어머님 마저 자식들 뒤를 따라 하늘나라로 떠나버리니 고집세고 변하시지 않은 아버지는 어머님 별세 이후
모든 전, 답, 을 팔아 없애 버리고, 100세가 되시도록 노인 요양원에 계시지만, 어머님이 일찍 별세하시니
아버지 명의로 되어있는 전 재산들을 아버지 몰래 자식들도 모르게 혼자서 처분해 버리고, 고향 산촌에
남은 단독주택은 빈집으로 놔두니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고지식한 아버지를 보니 확실히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사셨으면 형제 자매지간에 우에도 되고, 재산도 지켰을 것인데 여러 아쉬움만 많이
남는다.
부모 중 한 분이 이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된다면 살아 계시는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자녀들과 함께 상의하고
남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