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탐 장편소설 『TRICK OR TRIP』 42화

3부 「가설과 증명」 ①

by 윤아무개

문이 열리고서야 깨달았다. N이 나를 죽일 리 없다고 확신해 왔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애초부터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간 미칠 듯 울어재꼈던 절규는 뭐였을까.

플래시라이트가 방 안을 휘돌았다. 감은 눈을 파낼 듯 불빛이 날카롭게 쏘였다. 곧 단단한 몸집을 가진 누군가가 나를 들쳐 메고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머리를 가누지 못해 벽에 쿵쿵 찧었지만 나를 들쳐 멘 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하실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팽개쳐졌다. 한 점 불빛도 없이 지낸 탓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차츰차츰 시야에 적응하도록 애를 썼다. 곧 건물 한쪽 폐자재 더미 앞에 팽개쳐져 있음을 알았다. 담벼락과 대문을 무너뜨리고 마당까지 밀고 들어온 애지테이터 트럭이 배출슈트로 시멘트를 쏟아내며 지하를 메우기 시작했다.

“한참 찾았잖아. 여기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야.” N이 내 옆에 쪼그려 앉아 담뱃불을 붙였다.

지랄. 그 한마디 말할 기력이 없었다. N이 사려 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도 고민 많이 했어. 여행 관두고 싶다면 그렇게 해. 생각이 다르면 어쩔 수 없지. 대신 뭐하고 살지 정할 때까지만 같이 있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울게.”

잘도 그러겠다. 힘없이 눈을 감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형체들로 피곤했다.


종합병원 일인실에서 정신을 차렸다. 의사는 매일 회진을 돌았지만 내 상태에 대해서는 입을 떼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종일 의료진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은 쥐어지지 않는 손 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광풍 같던 발작 이후 병실에서 맞이한 고요한 평화는 기이하고 낯설었다. 창밖의 풍경은 날씨와 상관없이 우울과 무기력만 불러왔다. 담배 대신 뽀리가 가져다 준 은단을 종일 씹었다. 뽀리는 종종 와서 내 상태를 체크했는데 평소의 그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말 못 할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나눌 법한 은밀한 유대감을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데까지 신경 쓸 만큼 내 몸도 마음도 여유롭지 못했다. 이따금 링거걸이를 끌고 가 침대 발치에 걸린 환자정보를 보았다. 크게 인쇄된 내 이름이 낯설었다. 병원에 입원한 뒤로 N은 찾아온 적이 없었다.

입원한 지 엿새째 되던 날 정오쯤 전화가 울렸다. 셜록이었다.

“N 지금 어디 있어? 왜 며칠째 연락이 안 돼?” 셜록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몰라. 못 본 지 며칠 됐어.”

“좆됐어. 사무실에 짭새 떴어.”

“사무실에? 왜?”

“난들 알아? 주차장에서 애들 두 명 잡히는 거 보고 일단 튀었어.”

“지금 어딘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링거걸이를 끌고 가 병실 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타지에 친구 집으로 가는 중이야. 지금은 휴게소고. N은 왜 전화를 안 받아?”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병실 안으로 몸을 들여 조용히 문을 닫았다. 침대 옆 창가로 갔다. 손이 떨렸다.

“N한테 말하면 안 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힘을 주려 애썼다.

“뭐?”

“몰라서 물어? 걔 알면 너 죽어.”

“씨발, 그래도 말할 건 해야지.”

“아니 답답한 새꺄,” 목소리가 끓었다. “만석이 꼴 나고 싶어?”

“만석이?”

“그래. 뻔하잖아.”

“뭐가 뻔해? 무슨 일 있어?”

“뭐야?” 나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너 몰라?”

“뭘?”

“N이 만석이 죽였잖아. 경찰이 만석이 쫓기 시작해서.”

셜록은 잠시 말이 없더니 낮은 목소리로 사실이냐고 물어왔다.

“뭐야, 몰랐어? 일단…… 얘기하자면 길어.” 창밖 주차장에 뽀리나 N의 차가 있는지 살폈다. “N한테 또 꼰질러라? 나랑 나란히 드럼통 들어가고 싶으면.”

“N이 죽였다고? 네가 본 거야? 경찰이 알아?”

“아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상황이 좀 복잡해.”

“씨발, 또 뭔 사고를 친 거야.” 셜록의 발음이 뭉개졌다. 라이터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에 잡혀서 연락 끊긴 건 아니겠지?”

“글쎄. 그렇진 않을 거야.”

“일단 만나자. 위치 찍어줄 테니까 그리로 와.”

전화를 끊었다. 팔뚝에 붙인 의료용 테이프를 떼어냈다. 혈관에 꽂힌 주삿바늘을 보자 시야가 갉아먹히듯 아득해졌다. 이를 악물고 마른침을 삼켰다. 바늘을 조심히 뽑아낸 뒤 티슈로 대충 지혈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섰다.

셜록은 시골 동네의 한 치킨집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의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였고 아직 영업시간 전이었다. 내가 가게로 들어가자 셜록이 문을 잠갔다. 우리는 가게 안쪽 구석자리에 앉았다. 유리창으로 보이지 않는 자리였다.

“어디 안 좋아? 얼굴이 핼쑥한데.” 셜록이 말했다.

정말 모르나? “장염 걸려서.”

“그러게 술이고 약이고 작작 좀 빨지.” 셜록이 말하던 도중 사장이 생맥주 두 잔을 내왔다. “타이밍 죽이네.”

“한 잔만 낼까요?” 우리 얘기를 들었는지 사장이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두고 가라고 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잔을 두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안에서 닭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칼 맞았다며. 괜찮냐?” 내가 물었다.

“하여간 소식은 존나 빨라요.” 셜록이 옆구리를 감싸며 말했다. “뽀리가 그러디? 그 새낀 요즘 뭐하고 다니는지 몰라.”

“혹시 그때 그 여자애야?”

“응. 미친년이 칼빵 놓고 튀더라고. 포주새끼가 지 엄마 전보다 더 굴린다나.”

“꼴사납다야. 중학생한테 칼이나 처맞고.”

“고삐리야, 씨발. 한 살 먹었잖아.”

“지 방식대로 돕는다고 뻐기더니.” 나는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뭔 개소리야, 내가? 나 하나 살기도 빠듯한데 누굴 도와?”

치킨이 나왔다. 셜록이 값을 치르고 사장을 내보낸 뒤 가게 문을 다시 잠갔다.

“만석이가 죽었다고?” 셜록이 자리로 돌아와 진지하게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며 닭다리를 물었다가 도로 뱉었다. 무진장 뜨거웠다.

“N이 죽인 게 확실해?”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최대한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금고로 가기 전날 호텔에서 N과 다퉜던 일, N의 계략으로 만석이 감금당한 일, 녀석 몰래 만석을 구하러 갔다가 나마저 감금당한 일까지. 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사람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자칫하다가는 감금됐을 때의 감각이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가만히 듣던 셜록이 팔짱을 끼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죄다 처음 듣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안색 씹창난 게 장염 때문이 아니네?”

나는 셜록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아. 혀로 마른 입속을 훑었다. 입천장이 데어 붓기 시작했다.

“너는 뭐했길래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나는 뱉어버린 닭다리를 다시 들었다. “뽀리가 그러던데, 다친 몸으로도 계속 일했다고.”

“내가 너희 뒤치다꺼리만 하고 사는 줄 알아? N도 만석이 관련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어.” 셜록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 잔을 비우고는 트림했다. “이상해.”

“뭐가?”

“솔직히 말이 안 돼. 그날 N은 약 빨고 뻗어 있었다며. 떡실신한 새끼가 곧장 널 뒤따라갔다고? 택시 타고 갈 때 뒤에 붙은 차 있었어?”

기억나지 않았다.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셜록이 말을 이었다.

“만석이가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잖아. 옷장 안 열어봤다며. 그럼 만석이 사망설도 네 추측일 뿐이지.”

“그게 뭔,” 닭다리를 앞접시에 내동댕이쳤다. 답답한 심정과 끔찍한 기억이 뒤섞여 손이 떨려왔다. “진짜야.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니까.”

“괴상한 음악도 들었다며. N이 널 미치게 하려고 일부러 틀어 놓은 거다?”

“씨발 그 새끼가 못 할 짓이 있을 것 같아?”

셜록이 빈 맥주잔에 물을 따랐다.

“진정해. 까놓고 말해서 알코올중독자에 약물중독자인 네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냐? 금고에 가던 날도 주삿바늘을 N한테 꽂았는지 너한테 꽂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악취? 음악? 금단현상과 극도의 공포에 의한 환각일 가능성이 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아랫입술을 씹으며 셜록을 빤히 쳐다보았다.

“좆까.” 나는 그의 얼굴에 삿대질을 하며 실소했다. “네가 거기 있었으면 절대 그런 말 못 해.”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렇다는 거야.”

“내 귀엔 존나 비현실적으로 들리는데? 넌 N이 사람 죽일 새끼라고 믿고 싶지 않은 거야.”

“사람 죽인다는 게 그렇게 쉽지 않아.”

“아니. 그 새끼는 한번 시작한 살인을 멈추는 게 더 어려울걸.” 나는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 말이 이렇게나 안 통할 줄은 몰랐다. “N이 계속 저렇게 나오면, 만석이 다음은 네 차례야 새끼야.”

셜록을 두고 홀을 빠져나와 가게 문을 잡아당겼다. 잠긴 문이 덜컹였다. 제기랄. 신경질적으로 문을 한 번 더 잡아당기고 이마로 찧었다. 그대로 이마를 문에 대고 서 있자 한기가 스몄다.

“N이 널 구했다며.” 셜록이 등 뒤에 다가왔다. “네가 거기 있다는 걸 모르던 눈치였고.”

“다 연기지, 씨발. 속지도 않을 연기를.”

“안 속을 거 뻔히 아는데 굳이 그러겠어? 걔가 그 정도로 멍청하냐?”

나는 셜록을 향해 돌아섰다. “멍청해서겠냐? 즐기는 거지.” 가짜 신분임을 눈치 챈 로키 앞에서 계속 연기하기를 즐겼던 N을 떠올렸다. 셜록이 차분하게 화제를 이었다.

“들어 봐. 네가 만석이 구하러 갔을 때, N이 네가 사라졌다고, 널 찾아야한다고 연락했었어.”

“뭐라고? ……그럼 그때 약에 취하지 않았다는 거야?” 셜록의 멱살을 잡았다. “다 알면서 N을 감싸고 들어?”

“끝까지 좀 들어. N이 전화한 건 하루 뒤였어.”

“뭐?”

“누가 술에 약을 탔다면서 생 지랄을 하더라고. 정신 차려보니 아침이었고 네가 사라져 있었대. 너 찾겠다고 우리 애들도 죄다 뺑이쳤어. 금고 시멘트 작업도 열흘이나 미뤘고.”

“금고에 시멘트 붓는 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아무것도 몰랐다며.” 나는 멱살 쥔 손을 흔들었다.

“왜 이래, 진짜.” 셜록이 거칠게 내 손을 뿌리쳤다. “N이 만석이 먼저 뉴질랜드로 보낸다고 했었어. 만석이가 금고 차리고, 그 돈으로 내가 터 잡으면 너희가 와서 여행하는 게 N의 계획이었어. 한국 뜨기 전에 증거 없앨 겸 금고에 시멘트를 붓는다고도 했었고.”

나는 머리를 싸맸다. 신경이 곤두서서 머리가 어찔했다.

“내가 호텔에서 며칠이나 뻗어있었지?”

“나흘.”

“확실해?”

“그래. N이 너 찾는다고 정신이 없어서 호텔 체크아웃을 뽀리가 대신했어. 숙박비 계산하는데 나흘 간 숙박했다고 기록돼 있었대.”

입이 바짝 말라갔다. 셜록을 바라보다 힘없이 테이블로 돌아가 물을 마신 뒤 담배 좀 있냐고 물었다.

“여기서 피워.” 셜록이 담배를 건넸다.

담배를 피워 물고 앉았다. 셜록도 지친 듯 맞은편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사람 굶는다고 해도 보름 안에 안 죽어. 너만 봐도 그렇잖아.”

“씨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담배가 유달리 빨리 타는 기분이었다. “지금 문제를 제일 어렵게 만드는 게 뭔지 알아? 네가 믿을 만한 새끼가 아니라는 거야.”

셜록이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줬다.

“이 상황에 N을 감쌀 이유가 뭐 있겠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거지.”

“현실적……. 날 가둔 게 N이 아니라면 누굴까?”

“그 방에 있던 사람이겠지.”

설마. 그럴 리가. “만석인 나흘을 굶었어.”

“죽고 싶진 않았겠지. 절박했겠고. 만석이 입장에선 너도 N의 공범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 달려들 이유도 충분하고.”

“한 놈이 아니었어. 다른 놈들도 분명 있었는데.”

“그거까진 내가 알 수 없지. 근데 만석이 새끼가 그런 일 하면서 비상책 하나 안 만들어놨을까.”

나는 생수를 손바닥에 붓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분명 N의 목소리였어.”

“약이 덜 깨셨겠지. 게다가 넌 N한테 심리적으로 압도된 상태였잖아, 꽤 오랫동안. 공포가 만들어낸 잘못된 인지일 수 있어.”

“제기랄. 난 안 미쳤어.”

“미쳐가고 있지. 정상은 아니잖아.”

“넌 씨발, 자꾸 현실적이니 뭐니 떠들면서 N만 편들고 있잖아. 머리를 좀 써. 냉정하게 판단해 보라고. N이 만석일 죽였을 가능성이 크잖아.”

셜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N이 너랑 만석이를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면?”

“무슨 소리야?”

“만석이는 자금을 관리하고 불리는 애야. 걔 없으면 사실상 여행도 끝장나는 거나 다름없는데, N이 걜 죽인다는 건 납득이 안 돼.”

“경찰이 붙었잖아.”

“그런 거야 죽이지 않고서도 처리할 수 있지. 뉴질랜드, 아니 중국이나 필리핀에만 보내도 찾을 수 없어. 게다가 메시아 사건은 작년부터 수사했었어. 이제 와서 새삼 죽일 필요가 없다고.” 셜록이 테이블 위에서 두 손을 깍지 꼈다. “N이 신경 쓴 게 있다면 아마 만석이가 너를 부추겨서 판을 깨버리지나 않을까, 그런 문제였을 거야.”

“만석이랑 나를 갈라놓을 작정이었다고 하기엔 꾸민 일들이 심하게 번거로운데.”

“그런 식의 논리로 이해할 수 있는 애가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씨발 재밌어 보였나? 그딴 식으로 일처리 하는 게?”

셜록은 말없이 가능성 있다는 눈짓을 보였다. 확실히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존나 빡치긴 해도.

“하나 더. 네가 여행을 안 하겠다고 나서니까 지금까지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널 깔아뭉갠 거야. 마찬가지로 만석이한테도 딴생각 말라고 위협을 가한 거고.” 셜록이 말했다. “이상하지 않아? 왜 하필 N이 나랑 너, 만석일 이 일에 끌어들였는지.”

“그냥 뭐…… 알던 놈들이니까?”

“왜 갑자기 빡대가리 모드야?” 셜록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랑 나야 좀 친했다지만, 네 명 떼어 놓고 보면 한낱 중학교 동창일 뿐인데 그게 대단할 인연이냐?”

“그럼 뭔데?”

셜록은 잠시 망설이다가, 확신에 찬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N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거야. 과거 자신의 통제영역 밖에 있던 놈들을 모아놓고서 말이야.”

“그게 우리라고?”

“중학생 때 전교생이 N 똥꼬 빨고 난리도 아니었던 거 기억하지? N의 제국이라 하면서 지랄염병들을 떨었잖아.”

“N의 제국. 그래, 대단했지.”

“N이 만족할 만큼 완벽한 제국은 아니었지. 펜션 사건이 일어난 데다, 우리처럼 N한테 관심도 없던 애들이 몇몇 있었어.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그때 통제 밖에 있던 녀석들을 모아서 다시금 지배력을 시험해 보고자 한 거야.”

“그건 또 무슨 고릿적 음모론이야, 말이 돼?”

“넌 N이랑 언제 친해졌는데?”

“펜션 사건 일어나고 나서. N이 서울로 돌아가기 직전에 사건에 대해 알려줬었어.”

셜록이 헛웃음을 쳤다. “엄청 일찍이었네. 그 전엔 안 친했지? 친한 새끼들 다 놔두고 왜 너한테 그런 얘길 했겠어?”

“난 모르지.”

“나도 몰라.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너랑 친구로 지내면서, 실패했던 통제의 기억이 잊히지 않았다는 거야. 너를 보며 은연중에 어릴 적 욕망이 꾸준히 지속돼왔던 거지.”

“설마 그것 때문이겠어?”

“인간의 욕망을 간과해서는 안 돼. 세계는 욕망으로 굴러가고, 과열되고, 망가지니까.”

나는 힘주어 이마를 문지르고 맥주를 마셨다. 걷잡을 수 없는 이 사태가 N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그것도 청소년기의 비뚤어진 욕망의 발현이라는 것이 얼토당토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순간, 셜록의 말이 머릿속에서 딱 맞는 퍼즐조각처럼 맞춰졌다.

“만약에 N이 네가 말한 욕망에 집착했다면, 또 다시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 나와 만석이를 해치려들지 않았을까? 십 년도 넘는 시간 동안 성장했다고 믿었는데, 자신의 지배력이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면…….”

“죽이려들 수도 있겠지. 게다가 경찰도 붙고 여러모로 상황이 엿 같은 게 사실이니까.”

셜록이 등받이에 털썩 기대며 담뱃불을 붙였다.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담배만 피웠다.

“네 말이 맞는다면,” 셜록이 빈 맥주잔에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다음은 나겠지. 넌 N이 저지른 모든 짓을 뒤집어쓸 테고.”

“뭐?”

“그게 아니면 너를 왜 곁에 끼고 있겠어? N이 자선사업가냐? 기부천사야?” 셜록이 뿜은 담배연기가 허공에 퍼졌다. “넌 안 가본 데가 없잖아. N이 마련했던 모텔부터, 여행지 곳곳, 내 사무실, 금고, 절벽 안에 아지트까지. 넌 지금까지 N을 추적해 왔다고 생각했겠지만, 네가 모은 단서는 죄다 N이 뿌려놓은 미끼야. 널 잡으려 친 덫이라고.”

“확실해?”

“씨발, 네 말대로 N이 만석일 죽였다면 그렇다는 거지.” 셜록이 신경질을 내며 담배꽁초를 잔에 떨어뜨리고 물을 부었다. “너 어쩔 거야?”

“이젠 끝내야지, 이 생활. 너는?”

“개좆같네.” 그가 앞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목전에 두고 건널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 같았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셜록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너 정말 N이랑 연 끊는 거지?”

“그렇다니까.”

셜록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사선에 놓인 빈 테이블을 응시했다. 그도 알고 있는 듯했다. N과 함께해온 이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네 사업 말아먹은 사람, N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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