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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han Mar 15. 2024

12. 미국 문화 그리고 직장 적응기

12. 아이가 생겼다

어느 후 아내가 조그만 선물 박스를 내밀었다.

"아빠가 된 것 축하해"가 적힌 포스트잇과 함께 테스트기에 두 줄이 있었다. 꽤 기다려온 소식이기에 너무 기뻤고 우린 그 시간을 누렸다.

아내는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하고 물어봤고, "딸이 좋기는 한데 뭐 크게 상관없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의 성별을 알기 바로 직전 속으로 나는 '딸 딸 딸... 제발 딸 딸'을 되뇌지만 아들이었다. 사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딸이 보통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짓을 더 잘하니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주변에서 누군가 아빠를 준비하는 방법 같은 책을 주었는데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리어 걱정을 키웠던 것 같다. 어떻게 젖병을 소독하는지 신생아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지 등등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앞으로 몇 천 개의 기저귀를 갈게 될 텐데 그중에 똥기저귀는 몇 개가 될 것이고 평균적으로 자는 시간은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각종 통계가 나온 챕터였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미리 싸둔 짐을 들고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오랜 진통 끝에 아이가 나왔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없어 모르겠지만 난 계속 아내 옆에 있었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위대하다는 것을 배웠다. 너무나도 고마웠고 미안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애 똥기저귀는 다 갈게'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그 작은 아이를 안는데 생각했던 모든 걱정이 너무 순식간에 없어졌다. 정말 세상에서 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종류의 기쁨이 느껴졌다. 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리고 하루 더 병원에서 보내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집에 왔다. 그리고 쉽지 않은 시간들이 찾아왔다. 애를 갖 낳은 아내는 새벽에 매 두 시간마다 일어나 유축을 하고 나는 젖병을 씻었다. 아내는 무급의 육아휴직을 내었다. 그 당시 아내는 유급 휴직을  자격이 안 되었고 내가 육아휴직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럼 뉴욕주법에 따르면 현재 봉급이 절반으로 깎인다. 그 돈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했기에 나는 육아휴직을 낼 수 없었다. 정말 육아휴직은 한국이 훨씬 난 것 같다. 아는 분 중에 애 둘을 낳고 몇 년간 아이를 돌보는 분이 있는데 이 순간 너무 부러웠다.


정말 비몽사몽의 삼사 개월을 보낸 것 같다. 애가 없는 사람은 농담인 줄 알겠지만 정말 힘들었지만 솔직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똥기저귀를 갈 때도 행복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요즘 한국에서의 트렌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애를 키우기보다는 둘이 행복하게 또는 결혼 전에는 혼자 취미 생활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하지만 그것은 아직 자신의 아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론 알 수가 없다. 누군가의 아이가 납치됐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면 그는 그냥 아무개일 뿐이다. 대학까지 육아비용을 계산하는 기사를 보면 당신의 아이는 그냥 하나의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실체를 마주하게 되면 다르다. 내 아이의 얼굴이 떠 오르고 마치 영화에서 사랑에 빠져 다 어려움을 다 감수하는 것처럼 다 감당할 수 있다. "애 안 낳으면 더 행복해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고." 하지만 좀 덜 행복해도 괜찮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행복하다. 이리 행복해도 되나 싶기도 했다. 혹 너무 행복해하면 이것이 달아날까 무섭기도 하다.


물론 친구들 중에 결혼 안 한 사람이 내게 결혼 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야 죽겠어 넌 하지 마 이리 답하고 애 없는 친구가 육아에 대해 물어보면 혼돈이 로 없다 애 없을 때 인생 즐겨라고 답한다. 뭐 실 크게 거짓말은 아니지만 힘들어도 이 가족과 함께 힘들고 싶다. 


뭐 당연히 이것은 내 얘기다. 누군가는 자기 애를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에 많이 난다는 것은 여전히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모각자의 삶이 있것이고 누군가는 틀렸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반대쪽 얘기만 들리는 것 같아서 애 낳아서 너무 행복하다는 얘기도 하고 싶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나이가 점점 드니 취미 활동도 그렇게 재미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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