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넘치는 게 문제라고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어 현대사회는 풍요가 병이라고 하지요.
집도 같지 않을까요? 물건이 넘치는 집에 살고 있나요? 혹시 우리 집 방 한 칸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한 책에서 작가는 물건을 보관하는 비용을 집의 평당 가격으로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이 평에 2천만 원이라면 나는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4평인 방 즉 8천만 원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지요. 만약 물건이 없었다면 우리는 4평 더 작은 집에서 8천만 원이라는 비용을 아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재미있는 비유이기도 하고,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내가 쓰고 있는 값이라니.. 집에 물건을 쌓아두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을 정리하다 물건이 가득 차 겨우 문을 닫아 놓은 벽장에서 물건이 떨어져 발등을 찍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 물건이 주인일까? 내가 주인일까? 만약 내가 주인이라면 편안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적어도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넘쳐나는 물건으로 불편하고 어디 있는지 모르는 물건을 찾다 발등을 찍히다니... 우선순위가 바뀐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 필요할 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쌓아 놓고 살고 있습니다. 혹시 필요하면 어쩌나 라는 마음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물건이 쌓이고, 수납장은 뒤죽박죽 섞여 문을 열기도 불편하게살고 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쾌적하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건은 많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은 남기고 필요 없는 물건을 비우면 정리는 자연스럽게 됩니다.
저는 결혼을 할 때, 집에 오실 손님을 생각해 8인조 그릇 한 세트, 수저도 12벌, 그리고 신혼부부 식기로 4인조 그릇세트를 구매했습니다. 그 당시 집이 18평이었는데 집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그릇을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집에 8명보다 많은 손님을 초대한 것은 직장 동료들을 초대했을 때 딱 한 번 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에 집에 온 손님은 어른 6명이 최대였습니다. 결국 8인조 그릇 세트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죠. 정리를 하면서 그릇 세트를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그리고 식기는 6인조 세트로 밥그릇 6개 국그릇 4개 면기 4개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심플하게 정리하니 그릇을 쌓아둘 일도 없고
늘 손에 닿기 좋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기준은 '물건을 위한 집'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 집 공간보다 너무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면 물건이 주인이 아닌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물건을 비워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