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

by 고운로 그 아이

혹한에도 봉안당에 부는 훈풍은

아버지 숨결 때문일는지요

계신 곳에서 어 내는 광채

우리 앞길 비추던 그 빛일는지요


향로 속 향불처럼

창밖에 서있는 향나무 꼭대기에 해가 걸리니

당신 모습 아지랑이로 피어오르고

나는 고개 숙여 당신을 묵도합니다

우우 바람 소리 가슴 모퉁이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곱게 단장한 당신 떠나가던 날에도

1월의 바람은

저만치 앞서 힘겨워하며 우우

그렇게 회오리치고 있었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르고 나온 세상

오직 그 손에 이끌리어 조금씩 발 디디던 생

당신 그 손 놓아드릴 때

우리는 이만큼 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사그라드는 향불처럼 당신 숨결

향로 속으로 사그라들면

봉안당 한 편, 가부좌 튼 자리로 빛은 돌아가고

우리는 오던 길 다시 꿋꿋이 걸어 나가겠지요


어머니를 일찍 여읜 소년이

회색빛 삶을 악착같이 채색 놓은

그 길을 우리는 걸어왔고

당신의 미완의 세상을 빛내기 위해 우리는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마친 그 생 위에서







며칠 전 아버지의 기일을 맞았습니다.

2019년 연말에 돌아가셨으니 6주기가 되었네요.


부모님 기일은 형제들에게 엄숙하고도 유쾌한 날입니다.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며 기리는 날이면서, 옛날 얘기를 하며 마음껏 웃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날의 희로애락은 세월이 흐르고 보니 모두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열네 살에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아 그 얼굴 잊지 않으려고 던히 애쓰시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당신도 엄마 잃은 어린 소년일 뿐인데, 아래로 세 명의 생들을 보호하는 씩씩한 장남 역할을 다해야 했습니다. 굴도 모르는 나의 할머니를 생각하면 한 소년이 겪었을 외로움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그래도 좋은 신부 만나 평범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으로 사셨고, 노환으로 소천하실 무렵에는 병원에 입원 한번 하지 않고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 눈감으셨으니, 아버지의 인생에도 은혜가 넘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글을 쓰면서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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