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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되는대로 Jul 04. 2024

새나루 #6

위기, 멈춤과 회복의 갈림길 그곳에서


장마 초입의 후텁지근한 초여름 저녁 여섯 시 반

kh는 교보문고가 있는 파라곤 광장에 서 있다.


그는 며칠을 제대로 못 자고 잘 먹지 못했다.

택택하고 비욱하던 그의 목은 살이 말라 닭껍질 같은 얇은 피부만 붙어 있었고

볼은 좀 마르고 핼쑥해졌으며 적당하던 배도 홀쭉하게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많이 날씬해져서 보기는 좋았다.

안광은 여전히 잘 빛나고 있다.

식음을 제대로 못해 몸이 힘은 들었지만 뱃속은 편했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힘은 좀 들었지만 머릿속도 맑은 편이었다.




그는 며칠 전 까지 음식 때문에 고생을 했었다.

운동을 하고 체중을 관리하느라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줄여왔던 그였는데

지난주 금요일, '고등어 밥상'이라는 유명한 생선구이 식당에 갔다가 과식을 해버렸다.


좋아하는 생선을 제대로 먹을 수 있어 감동한 것도 있었다.

기름진 고등어와 삼치, 조기, 가자미가 적당하게 짭조름하여

그 많은 생선들을 가시까지 깨끗이 다 씹어먹었다.

심지어는 그가 잠시 샐러드를 가지러 나갔을 때 강은숙이 몰래 덜어준 밥을 모르고

늘어난 밥의 양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을 다 먹었다.


그는 사실은 그렇게지 그 음식들을 다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과식을 하고 나면 당연히 몸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은숙이 사준 밥이 소중하니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그것이 그의 예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나중에 ys가 살을 바른 후 옆에 치워둔 잔가시까지 집어가서는 다 씹어먹었다.


그는 왜 그렇게 정성을 들여 식사를 했는지  어떤 마음이 그로 하여금 식사에 대한 애틋함을 불러오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렇게 반쪽이 되어 지금 거리에 서 있다.





며칠 전 그에게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멀게 잡으면 작년 11월, 더 멀게 잡으면 9년의 시간,

그러나 짧게는 작년 12하반부터도 볼 수 있으니 지난 오롯했던 6.5개월의 시간이 날아가 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는 일주일 전 천당을 갔었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지옥에 와 있다.


kh의 잘못은 그가 공을 들이고 아끼던 꽃에게 저지른 무례함이었다.


그가 키워오던 작고 예쁜 꽃에 갑자기 큰 병이 찾아 들었다.

그는 노심초 애지중지하꽃이 병으 꺾어져 일찍 게 될봐 자신의 모든 시간과 을 들여

아픈 꽃이 살아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스스로의 힘듦을 감수하며 헌신적으로 꽃을 보살폈다.


이 과정에서 꽃의 병을 제대로 치료해 내기 위해 지방도 많이 다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꽃은 지 스스로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힘들고 외로운 꽃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그를 조금은 의지하게 들어 주고 싶은 바람도 제법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이, 병을 잘 이겨내고 나아 속히 회복되고 또 건강하게 자라다가

언젠가 오랜 세월 후에 화병의 마른 꽃처럼 시들어지고 말라갈 때도 변함없이 지켜주며

 절정의 시기를 보내거나 시들거나 해도 그 외양이 아닌, 존재 자체로서 보아

항상 옆에서  조력하고 지켜주겠노라 스스로 약속하며 꽃을 보살폈다.


꽃이 회복되기까지의 두 달은 그와 주변의 기도 덕에 순조로웠다.

꽃의 몸을 파고 들어가 썩고 상하게 할 부위를 다 파내어 도려내고

그곳에 새살이 들어차니  꽃에는 다시 생기가 돌고 텐션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함께 이겨나가면서 점차 안심을 하게 된 그는 점점 꽃에게 욕심을 부렸다.

본래 흰색을 좋아하던 그였기에 분홍빛으로 예쁜 더러 흰색이 것을 종용했다.


kh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기에 착한 꽃은 그것을 많이 참아주었지만

그는 한 번씩 그리고 점점 교묘한 욕심을 부렸다.

그것에 은근한 감정소모를 견디며 이겨내던 분홍 꽃은 점점 화가 났고 드디어 어느터져버렸다.





어떤 대상에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다는 것이다.


감정이란 예술에 있어서 가치로 매겨지는 인간 고유의 정신 영역이다.

카메라로 사물을 단순히 피사체로서만 찍으면 가치가 없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넣어 구도를 잡고 메시지를 넣으면 느낌과 감정이 생기고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감정이란 이렇게 소중히 사용한다면 마음먹임을 받는 대상체를 빛게 하고 가치 있도록 돕다.

하지만 감정을 잘못 사용하여 감정을 받는 대상체를

자신의 의도대로 바꾸고자 기획을 하고 잘못된 의지를 투여한다면

그것은 본래의 소중함을 잃고 서로를 망치게 한다.




기대와 원망.... 이것은 잘못된 관계에 대한 정의이다.


kh는 분홍색이어서 예뻤던 꽃에 탐욕을 부렸다.

꽃이 병들었을 때 꽃을 위해 헌신했던 순수함을 망각하고

이제 나의 정성이 닿았으니 내가 좋아하는 흰색에 가깝게

변화해 주렴 하며 부당한 욕심을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투사했다.


꽃은 큰 상처를 받았고 이로 인해 김길환도 역시 큰 상처에 내몰려버렸다.

꽃은 몹시 웅크렸고 더 이상 환한 웃음을 짓지도 않고 다시 꽃잎을 펼칠까 고민 중이다.

kh는 정신을 차리고 후회를 하고 있지만 꽃이 다시 펼쳐진다 해도

이전처럼 화사할지는 양쪽 다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전화위복이 되어 더욱 건강하게 선명하게 빛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kh는 자신의 삶을 통해 항상 발전과 성장을 꿈꾸어왔고

것을 해낸 강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믿으며 자신이 실수한 부분을 정화하며

꽃을 피우게 해 주고 만나게 연을 지어준 신에게 매일 기도하고 있다.

그 반성과 돌아봄의 시간 지금 비록 더디고 아니 가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꽃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 것을 믿는 것이다.


타인의 삶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은 타인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남에게는 타인인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지옥에서 천국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누적된 결례와 그날 선 넘은 무례함으로 모든 소중한 것을 한 번에 앗아간 폭풍이 없었다.


모든 존재가 자기의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빛을 내며

누구에게든 간섭받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곳이 천국이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주변을 둘러 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뛰고 있었다.

하늘 어둠을 가득  먹구름 고여 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느릿한 걸음으로 바로 앞에 보이는 현대백화점으로 걸어 들어갔다.

비가 그치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공허한 마음으로 매장을 헤매어 보았다.

러던 중 그의 "몽블랑"이라고 쓰인 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kh는 갑자기 깜짝 놀라 급히 그곳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ys가 자신에게 선물한 것과 똑같은 펜을 발견하였다.

이니셜 새기는 비용까지 하면 그가 생각했던 상상을 넘어간 금액이었다


그 날카롭던 꽃이, 아픈 병마와 싸우는 기간에도 그를 위해 했을 고민을 깨달은 것이다.




 ys는 kh가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알면서도 쉽다는 키보드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의 삶과 성품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존중하여 그것에 맞 펜을 선물하였고 그의 마음을 밝아지게 하였다.





그는 소중한 것을 상실할 위기 앞에서 파란 알약을 삼키기로 했다.


그리고는 백화점 매장에 들어간지 얼마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분명 짧은 시간이었는데.... 어느새 검은 하늘이 투명하고 환하게 바뀌어 있다.


썩어서 고인 것은 한번은 제대로 터져야  빨리 치유가 된다.


그는 먹구름이 쏟아지고 순식간에 맑아진 하늘이 좋은 징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아픔의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이고

자신은 제대로 성장을 할 것이고, 가 꽃에게 다시 다가 갔을 때 꽃은 더욱 환하게 꽃잎을 펼치고 더욱 예뻐진 선명한 분홍 꽃을 다시 보살필 수 있게 될 것을 믿기로 했다.





https://youtu.be/Q02O6QHaAYo?si=-T3WHOoz91h1qI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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