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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angs Apr 20. 2024

육 남매 중 첫째 딸의 이야기 #2

여덟이 이루고 사는 작은 사회

엄마 아빠 자녀들, 0촌과 1촌만 딱 합쳐도 합이 8명인 우리 집 식구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누구도 "나만의 공간" 같은 걸 가져본 일이 없다.  

방이 4개여도 둘씩 써야 했고-엄빠/ 첫째&둘째/ 셋째&넷째/ 다섯째&여섯째

그나마 성별이 혼자 다른 막내에게 혼자 방을 쓰게 해 주었을 때에도 막내방은 막내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야, 나 컴퓨터 하게 좀 나와봐.'

'야 뭐 하냐'

'야 내 거 니가 가져갔냐?'

...


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열리는 문을 한 번이라도 잠가놨다가는 '이 X끼 문을 왜 잠겄냐. 뭐 하는데. 아니 뭐 할라고. 문짝을 아예 떼버려라. 등등 누나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그러니 남의 집이 오히려 훨씬 편한 상황.

외동을 몹시 부러워할 만한 상황.

서로가 지긋지긋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알다시피 한 배에서 나왔어도 똑같은 놈이 하나도 없다. 다 성격이 다르고 각자 특징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나눠보자면

그중 그래도 누구는 좀 순한 편이고 누구는 제법 매콤(!)한 성질머리를 갖고 있는데,

비둘기(평화주의자)는 1,3,6 / 쌈닭(공격형)은 2,4,5가 되겠다.


다시 생각해 봐도 우리 육 남매는 부모로부터 충분한 지지, 사랑, 공감, 이해, 인정과 신뢰 같은 정서적 지지와 정신적 교감을 받지 못했다.

물론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셨지만 당시의 어린 자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언어로 설명해주지는 않으셨다. 워낙 하루하루 사는 게 버거웠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늘 발밑이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부모라는 지반 위에 서서 자라나야 하는 자녀들에게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아빠는 늘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부담스러웠고 미웠고 가여웠다. 각자 어떻게든 이 존재론적 두려움과 외로움을 떨쳐내려 나름대로 애쓰다 그 모든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쏟아냈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쌈닭들은 당연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참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비둘기들은 은근히 무리를 선동하여 한 놈을 조져놓는다.

이런 사회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최대 권력자(엄마)의 심판은 언제나 하나였다.


"둘 다 들어가. 거기서 실컷 싸우렴"

이렇게 한 방에 몰아넣고 문을 닫는다.


일단 방에 들어가면

희한하게도 서로에게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다.

너 때문에!라고 투닥투닥하다가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둘은 지금의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즉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로부터 이탈되어 여기에 갇혀있다'는 이 사실과 또 밖에서 뭐 하지 하는 궁금증, 우리만 빼고 재밌는 거 하는 거 아냐? 맛있는 거 먹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들면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이다.

"어? 야 냄새 맡아봐. 지금 엄마가 햄 굽는 거 같아!"

"와 씨 ㅠㅠ 빨리 안 나가면 다 먹고 없을 텐데..."

야! 화해하자!!!


화해(혹은 협의 혹은 휴전)가 끝난 아이들은 방문을 열고 나와서 엄마에게로 가고, 그러면

서로 마주 보고 서, 악수해, 등 두드려줘 와 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컨펌을 받고 (이 과정에서 열이면 열, 다 웃음이 터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 호호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배틀이 시작되기 전까지.


형제간의 우애, 이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체득될 때까지 우리는 엄마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교육을 받았다.

엄마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중요한 존재, 더 나아가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게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된 우리들은 서로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돼지저금통

그런데 이제 뭔가가 이상한...! 돼지 (삼 형제) 저금통

넷째 이모랑.

째 동생의 딸. 나의 첫 조카.

막내아들. 예전에는 망나니 망자를 써서 망내라고 불렸으나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 의젖하다. 운동에 진심이라 가슴과 특히 어깨가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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