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거나 뛰어다니다가 잠깐 멈춰 서서 더 큰 추진력을 얻어 더 뛸 뿐이다. 뛰고 떠들고 올라가고 점프하고 던지고 받고 하루종일 그러다 보니 넘어지고 부딪히고 다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지금이야 큰아이가 열 살, 둘째가 여덟 살이 되어서 이제 이런 활동적인 면모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은 가족 중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아프거나 하는 것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을 늘 바라고 기도하는 것은 그것이 내게 있어 가장 큰 바람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누리는 내 일상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소하고도 큰 욕심.
자식에 대한, 특별히 건강에 대한 나의 이러한 염려는 우리 첫째 아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이가 생기고 부모가 될 준비를 하던 어느 날,
7개월쯤 되었던가 기형아 검사를 했는데 뱃속의 아이가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80% 가까이 된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지금 와서야 그건 그냥 별 일 아닌 해프닝이었다 치부하지만, 당시 나는 너무 놀랐다.
그럴지도 몰라! 정말 그럴지도 몰라... 어떡하지...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다.
왜 내게 이런 일이! 그럼 내가 장애인의 부모가 되는 거잖아. 왜 내가 그렇게 되어야 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이럴 순 없어.
한참을 패닉상태에 머무르다 얼마가 지났을까
문득 내 마음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왜 누구는 되고 너는 그러면 안 되는데?"
세상에는 장애인이 있고 장애인의 부모가 있다. 그런 일이 누군가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왜 저 사람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나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 왜 나만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따지는 거지? 하는 그런 생각들이 들자 일단 '왜'와 '절대'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뭐든 확실히 하고 싶어 한 달 뒤 양수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 한 달 동안 나는 정말 마음을 먹었다가 또 괴로웠다가 울었다가 애써 괜찮았다가 했다.
(다행히 그 일은 그낭 해프닝으로 끝났고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고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 그 가족에 대해 예전보다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일 수 있었으니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이니까.
나는 어쩐지 빚을 진 것 같은 심정이 되어 어떤 식으로든 이 빚을 갚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 그 아들에게 또 한 번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다가 넘어졌는데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뇌진탕이 왔던 모양이다.
집으로 온 아들은 팔에 엄지손톱만 한 돌이 박혀 있었는데 그걸 뽑아내고 연고를 바르고 하는 동안 내내 울던 아들이 갑자기 울음을 그치더니 너무 이상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불 좀 켜봐요"
"지금 너무 깜깜해"
그러더니 눈을 비비며 초점 없는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앞이 안 보여"
정신없이 아이를 부축해서 차에 태우고 겁에 질린 둘째도 태워 셋이서 함께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나는 정말 현실감이 없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아이는 횡설수설했고 눈도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40분가량이 지나고 mri를 찍고 나오는 길에 눈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비몽사몽간에 자다 깨던 아이는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다행히 뇌에 출혈도 없고 다 정상이다. 이번에도 잘 넘어갔다.
또 무사히 지켜졌다는 안도감에 그제야 마음 놓고 눈물을 흘렸다. 감사 또 감사했다.
추후에 아이가 그러더라
눈이 안 보였을 때 이제 나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러면서 눈이 계속 안 보이면 자기는 유투버를 하려고 했단다. 사고가 나기 며칠 전에 "한솔원샷(시각장애 유투버)"님의 유튜브를 봐서 그런가 보다.
참 다행이다
아이가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눈물 나게 감사하고 너무나 소중해서 잃어버릴까 겁이 난다.
내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건
언제나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이 기쁘고 감사하다.
미국 소아과 병실
정신이 좀 든 후에 앉아있는 모습
건강만 해다오..! (그러니까 이제 너무 건강한... 통통에서 뚱뚱 그 사이 어디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