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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angs May 05. 2024

늦깎이 유학생의 하루 #3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제 집을 두고 남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는 느낌.

계속 힘을 주고 서 있는 느낌.

내가 나를 계속 모니터링 하고있는 느낌..

이런 것들이 내가 느끼는 외국생활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들' 사이에 속하고 싶었지만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과 문화차이(cultural difference)라는 이 두 장애물 앞에 나는 번번히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뭘 해도 자신할 수 없고 편안할 수 없기에 나는 이방인의 삶이 싫다. 지금도 학업을 위해, 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미국에 체류하고는 있지만 여기서 뿌리를 내리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곳, 자신있을 수 있는 곳, 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 그 곳이 내 집이고 내 뿌리는 거기에 있으니까.

-

대단히 장황하게 말했지만, 좀더 세속적으로, 아니 톡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사실 잘난척을 못해서 싫은 걸꺼다.


와.. 한국이었으면 별 것도 아닌데.

내가 내 말로 했으면 공부도 인간관계도 삶도 다 X밥일텐데.

한국이었으면 나는 완전 교수님의 애제자가 됐을건데.

한국이었으면, 원래 나였으면, 내가 가진 역량을 다 보여줄 수 있었다면!!!...



워낙 시골 촌구석에서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무던하게 살았기에 모든게 다 쉬웠고 어딜가나 '역시 잘해! 뭔가 남달라' 했었기에 쉽고 편했다.


'오늘 뭐 먹지?'

'어디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던데? 거기 가볼까?'

'누구 엄마가 이번에 무슨 시술을 한다던데?어느 병원이 더 나은거야?'

고민이라고는 주로 이런것들뿐인

우물  개구리의 삶은 편안했고 쉬웠다.

야망도 꿈도 자아실현욕구도 없다.

지금이 제일 좋고 내가 가진 것이 제일 좋은 나는 언제나 현실에 만족하며 그곳에 안주하기를 원하게 된다.

어디든 적응하기 나름이고 뭐든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나.


그런 내가 잘난척이 하고 싶어 못 견딘다고?

내가 가진 역량을 다 보여주고 싶다고?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정말 사람은 자기 자신도 다 알지 못하는구나.

나는 내가 꽤나 주제파악을 잘 하는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와중에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자연'이다.

어딜 가나 푸르른 잔디와 파란 하늘을 맘껏 사유할 수 있고 내 시야에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보지 않고 오로지 드넓은 대지와 자연만 담을 수 있는 이 환경.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것(man-made)도 없이 오로지 자연만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이 천혜의 자연이 주는 메리트.

자연이 주는 이 쉼과 만족감을 한국에서는 평상시에 누리고 살기가 쉽지 않으니까..


자연과 이렇듯 가까이 지내다 한국에 가면 이 삶이 몹시도 그립겠지. 사람과 어울리면 자연이 그립고, 자연과 어울리면 또 사람이 그립고. 아아 참 이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집 앞 공원 산책길
놀이터 근처 호숫가
집 안에서 보는 겨울 풍경
석양
뒷마당에 출몰한 여우(!)
오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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