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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angs Apr 14. 2024

늦깎이 유학생의 하루#2

나는 어쩌다 두 번의 유학생활을 하게 되었나

나는 흔히 말하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하는 애"라는 이야기를 아주 밥먹듯이 들어왔다.

엄마고 과외 선생님이고 나를 가르쳐 본 사람들은 전부 어느 분야건 다 그런 피드백을 줬다.

그리고 내가 죽어도 우리 애들에게 하지 않는 말이 있다면 바로 저 말이다.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애가 마음만 먹으면 잘할 텐데로 이어지는 그 말.


이 말이 나 같은 타입에게는 아주 최악의 피드백인데, 왜 그런가 하면 나 스스로가 이런 착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이야."


저거 진짜 큰일 날 마인드다.

저 개똥 같은 생각 때문에 내가 얼마나 시간을 낭비했는지, 그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를 얼마나 무식하고 무능하고 교만한 사람이 되게 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이 생각은 내게 지금 주어진 시간을 우습게 여기게 했고,

'얼마든지' 남들만큼(혹은 그 이상으로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이 생각은 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열등감으로, 또 주어진 시간을 성실히 살아온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무시로 이어졌다.

나중에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은연중에 내 머릿속에서 성실한 사람이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별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그릇된 생각이 있었다.


이 와중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필 어쩌다 수능이 대박이 났다.

진짜 근거 없는 자신감에 허영을 더해주는 꼴이 된 거다.


그래! 역시 머리 좋은 애들은 달라.

그렇게 놀더니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었나 봐.

역시 될 놈은 된다니까.


그러나 역시 이르던 늦던,  요행은 결국 뽀록이 나게 되고

얄팍한 인생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이 탈탈 털리게 된다.


이렇게 들어간 대학 생활이 뜻대로 될 리가 없다.

계속 나만 안 되는 거다. 나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나만 이상해한다. 왜 다른 애들은 이게 당연하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

공부도 딸리고 사회성도 딸리고 단체생활 학교생활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친구도 없고 의욕도 없고 흥미도 없었다. 학고를 달고 살았고 결국 재적의 위기 앞에 어느 날 엄마가 미국 유학을 권유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절어 기어들어오는 딸을 보다 못해 하신 말이다.

둘째 이모, 넷째 이모가 미국에 계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생각을 하셨던 것이고 나는 두 말 없이 콜을 했다.

사실 재적 당하기 직전 휴학을 하고 등록금을 환불받아 다 쓰고 다음 학기 어쩌나 대책 없던 차이기에 (과거의 나.. 진짜 ㅆ레기..) 정말 하늘이 내린 기회였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도피성 미국유학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다시 온 가족과 함께 두 번째 유학생활을 하는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때 안 했던 공부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가끔 고해성사를 하듯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공부할 때 안 하면 엄마처럼 늙어서까지 계속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아무리 미뤄도 결국 해야 해. 끝까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거든.


성실하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정말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들이 가는 길이더라.

늘 힘들고 어려워도 정도正道를 선택해야 한다.

샛길은 결국 바가지가 샌다.


첫 번째 내 유학생활을 간단히 시간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유학 가서 언어연수만 1년을 넘게 했다. -노느라...

2. 그러다 컬리지를 들어가서 1학년 1학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전공을 바꿨다)

3. 그 후 주립대로 transfer 했는데 그때 마침 집이 망했다.

4. 그래서 학사를 다 못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나의 첫 유학생활이 끝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온라인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석사까지 마쳤다.

그 후 미국 대학원 석사 과정을 지원해서 작년 5월 졸업을 했다(드디어!!)


그리고 이제는 미국 유학생에서 미국 이민자(?)로써의 삶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내 신분은 시시각각 바뀌어도 -나는 한 번도 의도하거나 계획한 대로 된 적이 없다- 내 길은 언제나 하나이다.

정도正道 올바른 길

그리고 One Way 한 길


아름다운 자연의 산물. 하루 아침에 거저 피는 꽃은 없다.

시카고 다운타운 밤거리

도서관 뒤편으로 나있는 고즈넉한 산책길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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