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랑 좀 다른 방식으로 머리를 굴려보는 재미도 있어!
더는 현관 앞을 떡하니 차지하도록 두고 볼 수 없었다.
바로 이녀석... KULLEN 서랍장...
안방에 넣을 사이즈까지 고려해서 참 오랜 고민 끝에 선택했던 소중한 녀석이었건만..
왜 이렇게 이 녀석과 마주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일까.
'서랍보다 벽장이 더 어려울 테니 이거 먼저 하고 다음날에 서랍 하자' 하고 여태 방치했던 것이다.
벽장을 조립하고 다음날 팔, 다리, 허리 너나 할것 없이 보이콧 선언.... 그렇게 서랍은 무한보류...
어디 한 번 시작해볼까? 오늘은 꼭 이걸 끝내고 말아야지!!
'아... 머리 아프다....'
설명서가 무려 33페이지... 사실 나중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뇌에게 조금 예열이 필요했던 것 뿐이었다.
서랍.. 간단해 보였는데 나무 판 개수만 해도 뭐가 많기도 하다.
판자에 나있는 구멍만 봐도 조금 무서워지려고 한다.
휴... 이 나사와 스틱들이 다 서랍 어딘가에 들어간다는 말이지...?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설명서를 따라서 조립해나갔다.
처음엔 뭣 모르고 수작업으로 했었지만, 지금은 전동드릴 없는 조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꽤 요긴하게 잘 사용하는 덕에 수작업이 가져다주던 손가락의 쓰라림과 안녕할 수 있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가구 DIY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나 해봤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 했었다.
주말에 머릴 식혀야 하는데, 설명서를 들여다보면서 이걸 재미로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 휴직의 목표는 일이 신경쓰여서,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기운이 없어서 '못' 했던 것들을
'그냥 막 다 해보자!' 이기도 했다.
스트레스 없이 설명서를 차근히 넘기며 쉬엄쉬엄 뚝딱대다보니, 어느덧 뼈대가 완성되어 있었다.
DIY 조립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처음의 생각과 끝의 생각이 확연히 다르다.
처음 시작하기 전엔 '내가 저걸 왜 샀을까...'
막상 시작할 땐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중간쯤 가서는 '벌써 이만큼 했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걸?'
완성하고 나면 '재밌다!!! (만세!) 할만한데?'
이렇게 내면의 갈등과 귀찮음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짜릿한 성취감과 근사한 완성품으로 마침내 보상을 받는다.
오늘도 무언가 하나 해냈다! 역시 잘 골라왔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