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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선 Apr 06. 2024

아, 더러워서 못 다니겠네! 사표?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잔머리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에서 내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나를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깡패나 조폭이 아닌 이상

나를 대하는 방식대로

나도 그들을 대하면 되니까요.


진짜 무서운 사람은 내게 정말 잘해주는 사람입니다.

왜냐? 누군가 내게 너무 잘해주면

자꾸 그에게 신경이 쓰이고 나도 잘해주고 싶고,

그 앞에서 실수할까 걱정되고,

내가 옷매무새부터도 여미고 삼가게 되니까요.


그러니 나를 막 대하는 사람을 두려워 마십시오.

그들에겐, 배려심 따윈 개나 줘버리고

그냥 나도 그를 막 대하세요. 사정없이, 막!


상관이면 어떡하냐고요?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그가 나를 대하는 방식의 77%* 정도로만 그를 대하세요.

이 77%는, 당하는 나도 억울하지 않고

그 상사도 나를 공격할지 말지 긴가민가하게 만드는 절묘한 수치니까요.

(*77% : 미국 NASA가 관여하거나 한국통계청이 조사한 적 없는, 내 주관적 판단 수치)


자, 이제 답 나왔으니 혼자서 속 끓이지 말고

잘해주는 사람에겐 나도 똑같이 잘해주고

막 대하는 사람은 막 대하며 속병 없이 살아가세요.



그럼 저는 직장에서 진짜 그렇게 하냐고요?


저는 55세에 3번째 직장에 입사했습니다. 

70세의 직속상관이 있었는데 좀 괴팍한 분이었지요.

제가 입사하기 전 4년여간 무려 8명의 입사자들이

대부분 6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두었을 정도니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인상을 쓰면서 출근하면 본인 기분에 따라서

사무실 옆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막무가내 성질을 부립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욕은 또 엄청 하고요. 그것도 반복 또 반복.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가스경보기가 갑자기 울려 당일 근무자였던 저는 많이 당황했고

관계 기관에 연락해 방문 점검까지 받았습니다. 

그때가 새벽 6시였기에 이 상사분에게는 전화드리지 않고 문자만 남겼고요.


그런데 지하라서 그런지 문자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 분은 결국 일 처리가 모두 완료된 후에 다른 부서 사람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를 못 마땅히 여긴 이 분은 무려 4년여를 함께 근무한 다른 부하직원-출근하자마자 일 처리를 도와준-에게

"당신들은 왜 그렇게 일처리를 추접스럽게 하느냐?"며 화를 내셨고요. 


추접스럽게요? 이 말에 저와 이 선배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추접스럽게라니... 우리는 처음 겪는 일이라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다행히 관계기관 도움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고

상사의 새벽 수면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화까지 하지는 않았던 건데, 

추접스럽게라니...


이 추접 사건 이후 제가 그분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연세가 있으셨지만, 30여 년간 한 직장에 근무하며 건물에 관한 온갖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처리해 온 분이고, 저를 뽑아준 분이며, 부하직원들이 맡은 바 임무만 제대로 하면

부하직원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는 분이라서 나름 "존중을 넘어 '존경'의 마음까지" 가지고 있던 분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존경의 마음은 이 사건 이후 사그라들었고, 그 상사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그분 출근 시에 보여주었던 "의자에서 일어나서 정중히 하는 출근인사"는 

그냥 "얼굴도 제대로 안 쳐다보고, 앉아서 꾸벅하는 형식적 인사"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제 마음속에 일어났던 분노의 마음도 많이 가라앉고

제 마음속에 평화가 다시 찾아오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마음의 평안을 얻은 후에, 

일본 조동종의 선풍을 미국에 전파한 스즈키 순류 스님의

"'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진정 무엇을 뜻하는 건지,

우리 평범한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묵상해 보면서

일종의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아래)   


   "우리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 우리 자신에게, 특히 우리의 기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조차, 여러분의 기분이 어떤지를 어떤 특별한 애착이나

의도 없이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미안합니다. 저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해도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이 내 기분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지나친 것입니다. 여러분은 "미안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매우

화가 납니다!"라고 말해도 됩니다. 화가 나 있을 때 화가 나지 않았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저는 화가 납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서로 간의 솔직성에 달려 있습니다."


- [선으로의 초대], 스즈키 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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