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복수 계획
“영필아.”
M자 이마와 눈이 마주쳤다.
영어와 수학이 끝나면 국어와 과학은 20분 뒤에 시작한다. 잠깐 나가서 한 대 태우자는 식으로 해준이 검지와 중지를 붙여 입가에 갖다 댔다. M자 이마가 듬성듬성 난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이내 알아들었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세진 학원은 6층짜리 건물 전체가 학원이었다. 당시 통영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고등학교 입시 준비 전문 학원이라는 평이 있었다. 쓸데없이 회초리를 들고 다니면서 공부 이외의 것들을 구태여 가르치려 드는 학원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곳은 원생의 성적 이외에는 관심이 전무한 학원이었다. 오히려 집중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흡연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필 거면 숨어서도 핀다는 논리로 옥상 한구석에 재떨이와 종이컵을 마련해 놓았다.
“너 초등학교 어디 나왔다고 했지?”
“도남초. …갑자기 와?”
권영필은 종이컵에 걸쭉한 침을 떨어뜨리며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바로 옆에 신발 자국으로 더러워진 나무 벤치가 있었는데, 해준은 종이컵을 찢어 벤치에 편편하게 깔고 그 위로 엉덩이를 살포시 포개며 나직이 질문을 이었다.
“그러면 최은영이 알겠네?”
“아, 그년?” 권영필은 눈살을 찌푸리며 “와? 그년 이병진 이복누이 아이가.”라고 알은체했다.
“너랑 안 친했다며?”
“어, 은영이 그거, 그 가시나 못돼 처뭇다.”
해준은 권영필과 최은영의 과거를 들어 대강 알고 있었다. 현정무가 말하길,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6학년 2학기 때 권영필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영필은 가족과 함께 욕지도에서 삼일장을 치렀다. 할머니를 안장하고 귀가하는데, 대전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그길로 또 대전으로 올라가 장례를 치르고 통영으로 돌아왔다. 경황이 없는 나머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등교한 권영필에게 당시 뒷자리에 앉았던 최은영이 시체 썩은 냄새냐며 집게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틀어막았다.
평소 권영필의 주둥이도 모진 편이었다. 입가에 버짐이 난 급우에겐 얼굴에 곰팡이가 폈다고 놀리기 일쑤였고,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아이에겐 그게 바로 찢어지게 가난한 거라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가족 장례식에 다녀온 반 친구에게 시체 썩은 냄새 운운하는 건 누가 봐도 선을 넘은 장난이리라.
“치고받고 싸웠다며?”
“아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시나를 우예 때리노?”
“그건 그렇지.”
“….”
“어때? 그래도 시원하게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싶지 않아?”
“…?”
“솔직히 말해 봐. 기회가 주어진다면―.”
“와? 갑자기 그딴 걸 만다꼬 물어보노?”
“그냥.”
“그냥은 무신.”
권영필은 작은 눈을 땡그랗게 뜨며 해준의 꿍꿍이를 궁금해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곁에 바짝 붙어서 해준이 일러주는 방법을 조용히 경청했다.
특별반 앞이었다.
“병지니 행님은 우야고? 내 처맞으라고?”
“내가 다 알아봤어. 그 형은 다른 이복동생한테만 시스콘이래. 최은영은 안중에도 없대.”
“장담하나?”
“응.”
“믿는데이.”
* 작가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작품 업로드가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혹시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다정한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