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유연하지 못한 강박적 사고를 가진 대문자 J이다. 나만의 루틴이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루틴이 불안정한 나를 stable 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이기도 한다. 독자들이 알고 싶지 않아도 알려주는 내 루틴은 이렇다. 아, 시간 기록은 생략한다. 왜냐하면 시간을 정해두면 오히려 강박이 되어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2.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유산균 2알을 먹는다. 1알은 왠지 힘을 못 쓸 것 같아서 2알. 그리고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신선한 산소가 뇌를 맑게 하고 잠을 깨운다. 마치 미라클 모닝이라도 할 사람처럼 연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옆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짓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잘 잤어?' 그다음, 화장실에서 간단한 샤워를 한다. 필요한 짐을 가방에 챙기고 자전거키를 들고 나선다. 전기자전거를 몰고 GYM으로 간다. 공복에 운동을 시작한다. 공복 운동을 하는 이유는 어제저녁 식사로 쌓인 글리코겐을 태우기 위해서다. 간헐적 단식과 공복 운동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 나는 헬스를 오래 해왔고 근육 생성에 집착한다. 10분 빠른 속도로 걷기, 40분 웨이트, 15분 유산소 자전거 타기. 물을 한잔 크게 마신 뒤, 가까운 스타벅스로 간다. 가방에 챙겨 온 간단한 과일을 먹으며 아침 큐티(Quiet Time)를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 시작을 위한 짧은 기도로 마무리한다. 삶은 달걀로 단백질을, 작은 빵 조각을 탄수화물로 먹는다. 커피는 디카페인, 오트우유, 얼음적게로 하루 1잔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마시지 않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독서를 시작한다. 인문학, 소설, 종교서적을 번갈아 가며 병렬 독서를 한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가서 필요한 책을 대여한다. 독서 시간을 좀 더 보충한 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중간중간에 물을 마시거나 간식을 먹거나 쉰다. 누군가에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동영상을 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일어나 도서관 내 정자로 간다. 잠시 앉아 호흡훈련 및 명상을 한다. 명상이 우울증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냥 뛰어넘을 때도 많다. 그리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한다. 요리를 하거나 빨래, 청소 등을 한다. 집안일은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 몸을 지치게 만들어야 저녁에 잠이 잘 온다. 5시 반쯤,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 되면 이른 저녁을 차려둔다. 같이 먹거나 나는 나중에 먹는다. 그냥 앉아서 하루 있었던 일을 듣는다. 사실 앞에 앉아 있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가 하루동안 피로했을 것 같아서 노력해 본다. 저녁은 내가 가장 먹고 싶은 것으로 준비한다. 외식은 잘하지 않는다. 평소 검소한 스타일이라서 신선한 식재료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내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평소 반찬이나 음식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지 않고 한번 먹을 양만 그때에 만든다. 왜냐하면 쉽게 질려하기 때문이다. 자취를 오래 해서 아직도 혼자 먹는 게 습관이다. 그러고 바로 일어나 설거지를 한다. 그래야 덜 게을러질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샤워를 하고 티브이를 보거나, 남편과 밖에 나가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사실 동네 사람들을 구경한다고 하는 게 더 맞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늘 궁금하다. 그리고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깊이 알고 싶진 않다. 그리고 저녁 10시 반에 침대에 눕는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여러 생각을 한다.
3.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거의 집에 있지 않는다. 평일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외식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평일에는 누굴 만나지 않기 때문에 2시간 거리인 서울로 나가 강동구에 사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제를 한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지만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4. 알고 싶지 않았겠지만 긴 글을 일어줘서 감사하다. 이게 무슨 루틴이냐 하겠지만, 루틴이 있다면 당신이 우울감을 겪거나 침체하는 시기에 다른 생각을 덜 하도록 만들어주어 유리하다.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루틴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처음에는 크게 크게 루틴을 나누지만, 익숙해지면 세부적으로 나눠서 지켜본다.
2) 자신의 루틴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3) 운동과 식사, 독서, 수면 습관을 루틴에 꼭 넣는다.
4) 캘린더나 핸드폰 배경화면에 지켜야 할 루틴 항목이 잘 보이게 적어둔다.
5) 루틴의 순서가 바뀌어도 개의치 않고 '오늘 할 일' 목록을 지킨다.
6) 하루를 마무리하며 짧은 일기를 쓰고 루틴을 잘 지켰는지 확인한다.
7) 루틴 내에 감사일기나 칭찬일기를 포함하는 것을 추천한다.
5. 현대 사회는 참 바쁘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또 반복한다. 오늘은 맞았는데 내일은 틀린 것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늘 긴장과 불안 속에서 자신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서 완벽주의 성향이 되거나 예민함을 후천적으로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내가 발견한 것이 루틴을 지키는 일이다. 살면서 당신에게 어려운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그럴 때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울기보다 익숙한 습관, 루틴이 하루를 움직이게 해 보자.
6. 루틴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는 '관계'에 관한 것이다. 하루를 잘 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하루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고 비슷한 걸 느끼기도 한다. 당신이 우울해서 낙심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기뻐할까? 걱정하고 우려할 것이다. 당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낸다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 주변 사람들이 있다. 나는 사람을 '굳이, 일부러, 힘내서' 만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가오는 인연을 밀어내지도 않는다. 나는 항상 가족이 우선순위이고 그다음이 친구 관계다. 진정한 관계는 당신이 바닥의 모습을 보일지라도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킬 것이다. 당신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주변에 있을 것이다. 루틴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는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는 삶에 큰 힘이 된다. 연결감은 하루를 잘 살고 싶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하루를 일정한 루틴으로 살아가기를 당신에게 추천한다. 가끔은 루틴이 망가지더라도 이벤트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사고 확장을 위해서도 좋다. 그러나 그것은 일주일에 한두 번 일어나는 일뿐, 무언가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와 주길 바라지 말고 그저 보너스라 생각하자.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매일의 '평범'이다. 아, 오늘도 무탈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자. 나는 이 잔잔함과 평범함을 좋아한다. 우울과 무기력, 번아웃이 찾아와 하루를 살아갈 힘이 없다면, 그저 루틴이 이끄는 대로 자신을 맡겨보길 바란다.
나는 당신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낸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일도 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