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길을 가야 한다.
(*이 글은 '예민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 일레인 N. 아론'을 참고하였다.)
아들을 출산한 지 96일 만에 일곱 번째 글을 쓴다.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육아 중에 다른 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하지 않기도(?) 쉽지 않다. 숨구멍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육아 중이라도 운동이나 그림 등 자신의 취미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 의지만 있다면, 누워 있는 것보다는 뭔가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면 더 그럴 것이다. 예민하다면 더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은 예민한 내가 살아남는 법에 대해 여러분에게 나누려고 한다.
모든 것이 자극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한 모든 것에 반응한다. 그게 예민한 사람 특징이다. 기질의 차이일 뿐 남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처음부터 예민한 사람은 아니었다.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맞추려고 사회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아님 진짜 기질일지도 모르고. 아무튼 내가 예민해서 살아가는데 에너지가 더 많이 드는 것은 맞다.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잘 먹는다면 축복받은 것이다. 나의 남편은 무던한 사람이라서 머리만 대면 잠을 잔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고 예민하지 않다면 예민한 사람을 이해해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 그런 당신이 부모가 되었다면
아, 이런 줄 모르고 부모가 되었다, 할 것이다.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기쁘고 더 힘들지도 모른다. 감각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예민한 기질은 축복이거나 힘듦이다. 예민한 부모는 그저 재미있게 살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훌륭한 인품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행복의 개념을 정의할 것이다. 나도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게 좋지만 인간관계에 좀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예민한 당신은 미묘한 것을 알아차리는 특징이 있을 것이다. 그런 특성은 강한 정서 반응, 정보를 깊이 처리하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남들보다 자연환경에 더 크게 감동할 것이고 아이의 성장을 보면서 더 많이 감격할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배울 점을 찾을 것이다. 수고해서 공감하며 사소한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은 부모가 언제 엄격해야 하고 허용적이어야 하는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신 더 피로하고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잘 다뤄야 할지도 모른다. 누리는 만큼 대가가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예민한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더 강렬하게 느끼고 처리하며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한다. 상대의 미묘한 반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2. 자기비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그에 대한 헌신이 반복될 수 있다. 자기를 비판하며 자책하는 것은 육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만약 부모라면 정확하게 다시 말해준다. 자기 비하, 비난, 비판은 당신의 육아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자기 이해와 확신과 배려와 지지만이 당신의 하루에 도움이 된다. 그런 하루가 쌓여 당신과 아이의 삶을 이룬다. 건축한다. 내 말을 다 안 믿어도 이것만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당신이 자신에게만 너그럽다면 아이와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울 것이다. 왜 그렇게 본인을 용서하지 못해서 과거를 반추하는가. 나도 그랬으니까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신을 위해서 인지적으로 노력해 보기를 권한다.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야 한다. 오늘의 실수는 단지 배움의 과정이었다.
'OO(나 자신)아. 오늘 네가 한 실수는 그저 과정이었어. 결과가 아니야. 너의 행동으로 인해 너의 하루가 망가진 게 아니야. 관계가 잘못된 것도 아니야. 오늘의 육아가 실패라고 느껴지는 날이겠지만 내일은 다를 수 있어. 네가 느낀 감정은 그럴 수 있어. 잘못된 게 아니야. 네가 한 결정은 최선이었어.'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심리상담을 받으러 간다. 오늘의 drill(내가 꼭 할 일)은 '자기 수용' 하는 말을 되뇌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랬겠다. 그럴 수 있었겠다.' 같은 허용하는 말을 나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말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지 못했다. 대부분이 그랬을 것이다. '너는 왜 그러니, 잘못했네, 바로 해.' 같은 말을 듣고 자랐다. 버릇없이 키우지 않으려는 부모의 노력이었겠으나 우리를 더 예민하고 죄책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자신을 비난하는데 습관이 잘 나있다. 길이 잘 닦인 것이다. 이제 그 길을 다시 닦으면 된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 로 말이다.
3. 예민한 사람을 위한 팁 네 가지
1)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모든 일에 정확하기란 어렵다. 세상은 어떤 형태로든 굴러가고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나를 꼭 피해 가리란 법은 없다.
2) 잘못된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알기
내가 설령 잘못 선택했어도 그게 인생에 큰 영향은 아니다. 얼마든 기회는 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살면서 기회는 어떤 형태든 다시 온다. 처음에는 잘못된 실수라고 생각했던 일이 나중에는 얼마든지 괜찮은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경험은 누구나 겪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잘못 입사했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5년을 근속했고 많은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3) 출구전략 계획하기
숨을 쉴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욕구를 알고 있으면 좋다. 그렇지 못해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한다. 햇빛을 좋아하고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내가 더 나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4) 조언을 구할 때는 상태의 특성을 고려하기
괜한 사람 붙잡고 말하지 말고 진짜 나를 지지해 줄 사람을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나는 임신 기간의 힘듦을 토로하고 싶었다.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털어놨다가 더 자존감만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자리를 알고 펴야 한다. 나를 받아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고 고민을 풀어야 한다.
4. 인정 받든 안 받는 자기의 길을 가는 것
진짜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그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완벽주의가 얼마나 삶에서 발목을 잡는지 모른다. 쉽게 좌절하거나 짜증을 내는 이유가 된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에는 부모나 아이나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특히 남편에게 쉽게 짜증을 내는데 남편에게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먼저 알고 행동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남편(상대)은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없다. 그 누구가 되었든 내가 아닌 상대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결코 없다. 스스로가 자신에게 해주는 말에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누군가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하고자 한다면 쓸데없는 노력이다.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도, 다시 또 계속 들어야만 마음이 편할 것이다. 누구도 기계가 아닌 이상, 같은 말을 지속적으로 해줄 수 없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자.
지금 내 눈에 완벽한 상황이 아니어서 좌절을 느끼고 미리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기도 하고 좋은 날과 나쁜 날의 합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 계획대로 잘 되었어도 내일은 엉망일지라도 우리는 그 흐름을 타는 수밖에 없다. 거절하거나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쳐도 도망갈 길은 없다.
나는 누구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 없으며 그들도 내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 그게 사람이고 관계인 것이다. 언제는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가깝다가도 멀어지기도 한다. 그런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는 성능 좋은 가전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10년 안에는 망가질 것이다.
5. 화를 내지 않는 방법
화나 성질을 내지 않고서도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빠르고 정확한 것을 좋아해서 쉽게 열이 오르고 분출한다. 그러나 나의 화나 채근은 상대를 더 뒤돌게 할 뿐이다. 너그럽고 정성을 다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 모두는 욕구를 가질 권리가 있고 욕구는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상대의 욕구를 이해하고 말로 읽어줄 수 있다면 화를 내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다. '네가 ~ 이런 욕구가 있구나. 그랬겠다. 힘들었겠다. 참 수고했다.'라는 말은 상대를 녹인다. 화가 너무 난다면 일어서서 잠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 장소를 옮기거나 전화를 잠시 내려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갈등을 풀어 나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서로 대립될 때에 내 잘못은 없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자꾸 답을 상대에서 찾으려는 습관을 내려놓자.
비폭력 대화라는 책에는 5가지 욕구에 대해 설명한다.
안전에 대한 욕구, 자율성에 대한 욕구, 사랑에 대한 욕구, 존중받고 싶은 욕구, 수치심을 피하고 싶은 욕구
만일 대립 중이라면 이 중에 하나가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감정이 상한 순간, 나 자신은 어떤 욕구가 결여되었고 상대는 어떤 욕구를 느끼는지 대화로 찾을 필요가 있다. 그 대화가 순항하지는 않더라도 편안한 말투를 유지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가지자.
당신과 나는 예민하고 바른 사람이라서 때로는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AI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자율성을 가지고 혼란스러워도 사랑하는 가정을 지키려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배우자를 원할 것이다. 딱딱하고 정확한 것보다는 자유롭고 자율성 있는 태도가 훨씬 편안하고 보기에도 좋다. 당신은 군인 같은 사람과 산다면 숨을 못 쉴 것이다.
상대와 마찰이 있을 때, '맞아요. 나도 그럴 때가 있어요.'라고 공감하거나 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한다면 수치심을 내려놓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나는 오랜 시간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내게 쉽게 닦인 길과 같았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내가 주입되었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실수를 했고 사과를 했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부모에게 주어야만 풀려났다. 그러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더 이상 사과하며 울어야 용서를 받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의 내가 아직 현재의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면 지금은 내가 다 커버렸고 더 이상 그런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OO아, 너의 과거는 그랬었지. 하지만 더 이상 아니야. 지금은 그때의 네가 아니고 상황은 달라졌어.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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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정리하려고 한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여러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육아라는 힘든 일을 이뤄낸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욕구, 부모로부터 존경받거나 가족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육아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욕구, 자율적으로 육아하고 싶은 욕구 등. 많은 욕구가 내 안에 있었다. 내가 어떤 욕구가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도움이 된다.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 된다. 사실상 깊이 들여다보면, 그 언제라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충족하는 것보다 그저 사랑이 많은 가정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티브이를 좀 더 보여주는 것이 지금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루 사탕을 먹었다고 해서 온 이가 썩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내 실수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백일잔치를 위한 풍선 준비에 있어서 헬륨 풍선 사이즈가 파티를 망치지는 않는다. 작은 결정들 앞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저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 이걸 선택하나 저걸 선택하나 나는 누릴 수 있고 행복할 것이다. 지금의 고민이 10년 뒤에도 큰 고민이 될까. 잠시라도 아이의 눈을 보며 웃어주는 것이 더 큰 가치일지 모른다. 요즘의 나는 효능감이 뚝 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다. 아이를 재우고 깨우며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씻기는 일을 반복하면서 내 삶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나는 이런 행위 안에서도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아이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즐기는 과정이고 싶었다. 누구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잘 자란다. 오늘의 나는 잠이 부족하고 피로해하고 마음에 썩 드는 글을 쓰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참 잘 살아냈고 아이의 큰 나무가 되어 주었다. 나는 나로 만족하고 이런 내가 마음에 든다. 당신도 당신에게 좀 더 허용적이고 이해해 주는 나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