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무서움

완벽한 환경이라서가 아니라 어디서든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by 안전기지민


오늘은 익숙함에 대해 나눠보려고 한다. 익숙함이란 친숙함, 쉽게 난 길이다. 우리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관성적으로 생각한다. 생각의 틀을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렇게 입은 것을 보니 저 사람은 저럴 거야.'

'쟤 또 저러네.'


같은 생각들은 쉽게 난 길이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는 것, 우리는 평가자가 되기 쉽다. 어떤 현상을 봐도 우리가 쌓아온 데이터로 인해 각자만의 해석을 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음을 생각하기란 어렵다.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고 위험을 수반한다.

1. 잘못된 몰입

우리는 부정적 생각의 루프에 들어가면 소용돌이처럼 깊게 파고든다. 걱정과 염려는 눈덩이처럼 커져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두려워한다.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저 멀리 가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가능성이다. 걱정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미래의 내가 잘 이겨낼 거라고 확신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나 나는 오늘 그 생각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잘못된 몰입은 부정적이고 왜곡된 사고를 키운다. 처음에 시작되려 할 때, 이게 아니야! 라며 도망쳐야 한다. 내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사실 자체는 아닐 수 있다. 혹시 너무 큰 걱정이 나를 압도해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부정적 생각의 루프에 빠져 있진 않은지 체크하자.


2. 평가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우리는 맞다, 아니다, 좋다, 싫다를 그렇게 나누려고 한다. 애매하면 모호해서 견디질 못한다. 딱 정답을 내려야만 속이 시원한 사람들 천지다. 답이 없으면 어떤가. 그것 또한 그 자체로 예술이 될 텐데. 작품이 인기 있는 것은 어중간해서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고 평가한다. 평가를 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를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세모네. 노란색이네. 저기 있네.'

처럼 그냥 사실만을 언급하는 것이다.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했네, 그랬네, 고마워.'로 말이다. 누군가가 뭘 해서 점수를 주려 하지 말자. 우리는 평가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사소한 것에 서로를 쉽게 판단하거나 평가하고 있다. 그 사람의 태도가 내 마음에 얼마나 꼭 맞는지가 왜 중요할까. 그 사람의 행동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사람의 것이다. 타인의 그 무엇을 내 것으로 굳이 끌어오지 말자. 별 꼴인 그 사람의 행동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내가 살짝 긁히고 기분이 나쁠 뿐, 빨리 다른 생각으로 환기하면 지워질 것들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만약 내가 비슷한 부분에서 자꾸 기분이 상한다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이 내 취약점이길래 비슷한 부분에서 긁히는걸까? 예를 들어, 외모에 대한 언급만 나오면 내가 발끈할 수 있다. 또는 여성성에 대해, 돈이나 비용 문제 등. 내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알면 비슷한 대화에서 이미 기분 상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지 않고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외모든 무엇이든 내가 온전히 수용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약점이 있더라도 온전히 괜찮다고 스스로를 감싸 안아야 한다.


돈이 없어도, 학력이 좋지 않아도, 자신감이 없어도 나는 괜찮아. 나는 다른 걸 더 잘하잖아.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한 말들인데 내가 또 혼자 제발 저렸네. 저 사람은 아무 의도가 없어. 내 식대로 해석하지 말자.


3. 유연함이 세상 최고인 것

내게 없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이 유연함이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것. 배워야 하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환경이 완벽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학습할 수 있다. 나는 강박의 문제를 안고 있다. 발현은 초등학생 시절인데 그때에는 강박이라는 단어도 모르던 '어린이'였다. 나는 막 자라서, 자라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강박을 숨긴 '어른이'가 되었다. 과거는 과거로서 의미가 있는 법이기에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매 순간 강박이 나를 굳어지게 할 때, '아, 이거 강박'이라고 순간을 인지하면 된다. 나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원하지 않는 대답이 나오면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바랄 때가 있다. 그것은 내 강박의 일부인데 관계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망치게 한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기분이 들 때, 잠시 참고 강박이라 여기며 넘어가면 휘발되어 버린다. 감정이란 그런 것이다. 순간을 참으면 휘발되기도 하는 것. 진짜 참 감정이라면 내 속에 단단히 붙잡혀 있을 텐데 날 것이라면 후 불면 날아갈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참는 것도 방법이라는 거다. 성격에서 유연함보다 최고의 선물이 또 있을까. 우리는 날마다 변하는 세상에 산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고 완벽은 없다.


오늘과 내일의 내가 다르듯이, 내 앞에 있는 상대도 다른 사람이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지 말고 사실을 바라보는 연습, 그 사람을 고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연습을 하자. 우리는 수많은 익숙함으로 단단해진 자아를 가지고 산다. 이제는 좀 유연해져도 되지 않을까. 당신과 내가 한층 다정하고 부드러워져서 서로에게 녹아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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