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전기지민 Sep 30. 2024

언어치료사가 알려주는 처방 시작

불안, 강박, 무기력, 번아웃으로 인해 무기력한 이들을 일으켜 세우기

 의사가 아닌 나는 멋도 모르면서 처방을 준다. 그 이유는 내가 오랜 시간 번아웃과 싫증, 피로로 인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면 보석 같은 순간들이 많은데 내면의 문제로 인해 보석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지금 당신이 힘겨운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운 순간으로 변한다는 것을.


1. 번아웃의 시작

 나는 언어치료 전공자다. 대학교 4년을 다니고 서울로 취직해 일하는 도중 대학원을 또 진학해 2년반을 수학했다. 석사 공부 중에 한 재활병원에 취직하여 졸업을 하고 쉬지 않고 일했다. 9년차. 드디어 번아웃이 와서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실컷 공부하고 공을 들였건만 내게 남은 건, 피로와 짜증, 분노, 열등감이었다. 이러려고 내가 먼 길을 달려왔던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편치 않은 마음으로 일을 관두게 되었다. 모든 인연이 그러하듯 직장에서 나올 때도 아름답지 못하게, 지친 모습으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6개월간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모조리 읽었다. 하루 2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길렀다. 손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며 점차 회복되어 갔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위로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이유

 나는 병원에서 근 5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부분 뇌에 생긴 문제로 인한 언어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말을 이해하지만 표현이 안되는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빈구어로 주절주절 긴 문장만 늘여놓는 사람,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에두르는 사람 등. 여러 모습을 가진 환자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의 공통점은 이전에 말이 유창하던 때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신의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환자들에게 치료사는, 선생님은 한줄기 빛과 같다.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은 가족의 한마디가 아니라 전문적인 공부를 오래한 사람의 말이다. 많은 경험으로 비슷한 환자를 많이 다룬 사람의 말이다. 나는 그런 중압감 있는 위치에 있어야 했다. 내 기분대로 행동하지 않아야 했고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태도를 보여야 했다. 사실상, 그러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런 환자들을 만나면서 내 한마디가 그들의 하루를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 한마디로 그들의 하루가 행복하기도, 우울하기도 했다. 사람의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언어치료 대상자들 뿐만 아니라, 내면에 상처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살리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왜냐면 내가 그렇게 치유를 받았고 누군가 치유되는 것을 보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언어 기능 소실로 인해 힘겨운 사람들도, 내면에 상처를 입고 지쳐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누군가의 한마디로 힘을 내서 일어날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3. 일관성 있는 하루가 중요한 이유

 번아웃, 무기력을 겪는 사람은 누워 있고 싶거나 무슨 일을 해도 능률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루틴을 만들어 놓고 몸이 습관처럼 움직이게 되면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물티슈로 책상을 닦다가, 돌돌이로 바닥 먼지를 치우게 되고, 청소기도 돌리고, 밀린 빨래도 하게 된다. 작은 움직임이 결국 큰 행동을 낳는 것이다. 멘탈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쉽게 되찾는다. 슬픈 일을 겪더라도 늘 하던 대로 유튜브를 보며 낄낄 대기로 하고, 영화를 보고 실컷 울기도 한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에 잠시 마음 아파하다가도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겪더라도 슬픔이 내 하루를 지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기분이 안 나더라도 학교 시간표를 지키듯 자신의 루틴을 하나 하나 하다보면 잡생각이 떠날 것이다. 당장 여행을 가고, 필라테스를 등록하라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하던 행동을 더듬어 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무기력하면 실컷 눕고 자다 일어나도 된다. 다만, 직장인이라면 회사를 가야겠지. 


 이 연재를 통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불안을 다스리고 이별에 대처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고 효율적인 운동을 하고 매사에 감사하도록 도울 것이다. 기억하자. 당신의 오늘 하루는 훗날 사무치게 그리워할 날이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