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다섯 개와 다섯 개의 돌덩이
귤 다섯 개와 돌덩이
가방에 귤 다섯 개를 챙긴다.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인데 귤을 꼭 다섯 개만큼 넣는다.
월화수목금
요일마다 하나씩 먹으라고, 하루 중 가장 힘든 순간에 이 귤을 까먹으며 한숨 돌리라고,
귤과 함께 전하고 싶은 마음까지 준비한다.
귤이 다섯 개라 많이 무거웠는지
나는 가방에서 귤을 꺼내지 못한다.
코트 주머니까지는 귤 하나를 옮겨 왔는데
돌덩이 같은 귤을 코트 주머니 안에서 맴맴
만지기만 한다.
그냥 귤이 아니니까
내 마음이 담긴 귤이니까
그만큼 소중하고 진심된 마음이니까
그래서 무거워서 쉽게 꺼내지 못했다.
사랑 앞에서 언제쯤 당당해질 수 있을까
사랑 앞에서 언제쯤 유연해질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된다
얼음이 되기도
물이 되기도
돌멩이가, 유리가 되기도 한다.
그 귤은 곧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느라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내 친구 K에게
응원으로 쓰였다.
화수목금
귤이 네 개뿐이라
하루 중 공부하다 가장 힘든 순간에
까먹으라고,
그래서 힘을 얻길 바란다고
하나는 집에 돌아와 귤 하나 건네지 못한 마음이
미워서 내가 하나 까먹었다.
내 마음을 내가 먹어 버렸다. 울상이 되어서.
어찌 됐든 귤은 그 소임을 다하였다.
마음을 전하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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