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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부티 Apr 26. 2024

귤의 소임

귤 다섯 개와 다섯 개의 돌덩이

귤 다섯 개와 돌덩이

                                                           

가방에 귤 다섯 개를 챙긴다.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인데 귤을 꼭 다섯 개만큼 넣는다.

월화수목금

요일마다 하나씩 먹으라고, 하루 중 가장 힘든 순간에 이 귤을 까먹으며 한숨 돌리라고,

귤과 함께 전하고 싶은 마음까지 준비한다.     


귤이 다섯 개라 많이 무거웠는지

나는 가방에서 귤을 꺼내지 못한다.

코트 주머니까지는 귤 하나를 옮겨 왔는데 

돌덩이 같은 귤을 코트 주머니 안에서 맴맴

만지기만 한다.     


그냥 귤이 아니니까

내 마음이 담긴 귤이니까

그만큼 소중하고 진심된 마음이니까

그래서 무거워서 쉽게 꺼내지 못했다.     


사랑 앞에서 언제쯤 당당해질 수 있을까

사랑 앞에서 언제쯤 유연해질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된다

얼음이 되기도 

물이 되기도 

돌멩이가, 유리가 되기도 한다.     


그 귤은 곧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느라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내 친구 K에게 

응원으로 쓰였다.     


화수목금 

귤이 네 개뿐이라

하루 중 공부하다 가장 힘든 순간에

까먹으라고, 

그래서 힘을 얻길 바란다고     


하나는 집에 돌아와 귤 하나 건네지 못한 마음이

미워서 내가 하나 까먹었다. 

내 마음을 내가 먹어 버렸다. 울상이 되어서.     


어찌 됐든 귤은 그 소임을 다하였다.

마음을 전하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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