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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 만남 (큰고모 편)

출처 : DALL-E 3


어제는 큰 고모를 뵙고 왔다.

고모는 우리 집에서 약 1시간 20분 거리에 살고 계신데 내가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할 때 도움을 주셨다.


고모는 10년을 넘게 투석을 하셨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도 겪으셨다.


남편과 자녀들에게 미안해서

좋지 않은 생각들도 많이 했었다고 한다.


큰 고모는 자신감이 넘치시고 우렁차시다.

웃음도 호탕하시고 같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받게 된다.


대학시절 큰 고모를 뵈러 갔었을 때

큰 고모는 몸이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맛있는 밥을 지어주셨다.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투석과 우울증을 겪으셨는데

얼마나 나를 아끼고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큰 고모와 함께 점심을 먹고 수락산 둘레길을 걸었다.

나무데크로 둘레길이 잘 되어 있어서 걷기에 좋았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고모가 하신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었다.


 "내가 아프기 전엔 몰랐는 데 아프고 나니 안 보이던 곳까지 보이게 되고 이해심이 커지더라."


둘레길을 걸으며 작은 잡초를 보며 참 아름답지 않냐며 하셨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 마저 감사하다고 하셨다.


큰 고모는 신장이식을 받으셔서 지금 투석을 하진 않지만

최근 건강검진을 받고 신장 수치가 높아져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투석으로 인해 양팔이 붇고 멍이 든 것을 잊을 수 없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고생 많이 하셨을까.


고모와 함께 둘레길을 걷고 집에 오자 인삼차를 끓여주시며 회사 생활 중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사람'이 어렵다고 말씀드렸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넌지시 말씀하셨다.


돌이켜보니 마지막 회사에서 내가 고집을 꺾지 않았던 부분이 관계악화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회사 입사일정이 정해진 이후로 잘 때 악몽을 자주 꾼다고 말씀드렸다. 엊그제는 꿈속에서 사람이 위협하길래 발로 차버렸는데 내가 실제로 허공에다가 발을 차고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고모는 회사 입사 전 근처에 1~2번 둘러보면서 긴장감을 푸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 주셨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힘들 게 살아오신 고모의 지혜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모는 아침에 끓인 호박죽을 큰 그릇에 담아 집에 가서 아내와 먹으라며 포장해 주셨다. 나는 따뜻하면서도 맛있는 당도의 호박죽을 받고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내가 조카라는 이유로, 우울증에 걸렸을 때 같이 공감해 주시고 시간 되면 놀러 오라는 말씀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는 고모에게 앞으로 회사 잘 다니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편지 한 장을 드리고 왔다. 편지의 마지막 줄에 썼던 것처럼 고모가 오랫동안 건강하시고 행복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


고모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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