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은 자식 기저귀는 진작 뗐는데 이제 와서 지금 내가 강아지 기저귀를 채우고 있네! 오래 살고 볼일이야 진짜! 내가 강아지를 키우다니!’
난 처음에는 집에서 강아지 키우는 것을 반대했다. 내가 낳은 자식도 키우기 버거운데 강아지를 어떻게 키우나 싶었다. 밥 주고, 대소변 치우고, 씻기고 해야 할 일이 무거운 짐처럼 생각됐다. 사랑하는 껍데기들과 짝꿍 H는 오래전부터 내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추석에도 양가 어머님들을 뵈러 못 갔다. 지역을 벗어나는 게 두려운 시기였다. 난 이벤트를 제안했다. 완전체로 새벽예배를 드리고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해서.) 아침 바다 산책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아침 국밥을 먹는 것이다!
이게 웬일! 순순히 아이들도 허락을 해줬다. 새벽예배를 나란히 앉아 드리고 바다를 향했다.
우리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비릿한 바다향을 맡으며 걸었다. 대수롭지 않은 얘기를 하며 히죽히죽 웃는데 내 마음이 몽글몽글 했다.
행복이 별 건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아침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들 대화는 어느새 반려견으로 집중됐다.
“엄마 우리도 강아지 키워요! 얼마나 이뻐요! 허락해 줘요!”
나는 모래사장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남의 강아지를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껍데기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럼 우리도 키울까?”
“진짜요?? 우아 하하하하 진짜죠? 진짜 강아지 키우는 거죠? 우와 하하하하!”
“약속한 거예요! 야호 신난다!”
사랑하는 껍데기들은 모래사장을 방방 뛰며 횡재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날 내 행복의 농도가 찐하긴 했나 보다. 계획적인 편인 내가 갑자기 집에서 강아지 키우기를 허락하다니!
우리는 털이 덜 빠지는 비숑을 선택했다. 너무 큰 강아지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미니 비숑을 알아보기로 했다. 딸이 유튜버 개아빠를 통해 3~4킬로그램 정도 유지하는 강아지를 요청했다.
우리에게 구름이가 온 날.
하얀 털을 가지고 태어난 지 3개월 됐고 800그램이었다. 우리 딸이 태어났을 때 2.8킬로그램이었다.
나는 딸을 목욕시킬 때 너무 작아 어쩔 줄 몰랐던 때가 떠올랐다. 조그맣고 하얀 강아지가 너무 귀엽고 앙증맞았다. 구름이는 숲 속 뷰 거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울타리를 해주고 그 안에 예쁜 집도 마련해 줬다. 거실 실내화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실내화가 거인 실내화 같았다.
새까만 눈동자 두 개에 촉촉이 젖은 까만 코를 보면 얼굴에 검은콩이 세 개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학교 갔다 돌아오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구름 이를 찾는다. 호응이라도 하듯 격하게 꼬리를 흔들며 맞아준다. 허리까지 좌로 우로 춤추듯 하다가 두 발로 서서 만세를 하며 폴짝폴짝 뛰며 인사를 한다.
구름 이를 보는 내 껍데기들 표정을 보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국보급 웃음이다!
처음에는 구름이 공간을 제한했다. 울타리가 있는 거실 뿐이었다. 그다음은 울타리가 치워졌고, 아이들 침대방까지 확대됐다.
“안방 침대만은 안돼!”
이 선언도 지켜내지 못했다.
나는 어느새 구름이가 안방 침대를 올라갈 수 있도록 이단 발판을 구입했다.
“구름아 이제 자자! 침대로 올라와!”
내가 잠들기 전 마지막 대사다. 구름이는 내 짝꿍 H와 나 사이에 눕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구름이 하얀 털을 쓰다듬으며 잠을 청한다
.
“뭐야! 나를 쓰담쓰담해야지!구름이만 만져주고!”
우리는 사랑을 독차지한 구름 이를 서로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구름이 기저귀 치우기, 먹이 주기, 대변 치우기, 목욕시키기, 산책시키기, 머리 빗겨주기. 90% 내 몫이다. 나는 구름 이를 사랑하기 전에는 이런 일이 버거울 거라 단정했는데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비록 800그램 미니비에서 7 킬로그램까지 돼버린 ‘돼지구름’이지만 상관없다. 이미 우린 가족이니까. 처음에는 그저 껍데기들의 국보급 웃음을 보면서 행복했다. 지금은 온 식구의 도파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