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아는, 흔하디 흔한 비밀
왜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면서 많은 고민을 듣게 된다. 때로는 고민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한 마음을 혼자 억누르기도 한다.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너무나도 교육 방법과 사교육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교육에 종사하며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껏 아이들이 다닌 학원에서도 다들 잘 가르친다고만 하지 정확하게 답을 해 주는 곳은 없었을 것이다. 있었다고 해도 그 진심이 정확히 전달되었으며 정확히 전달되었은들 진심을 온전히 받아들였을까.
‘이 학원은 숙제가 많나요?’
상담하며 많은 학부모들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숙제가 없는 학원을 선호하는 부모님이 많다. 세상에 그런 학원이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적지 않다. 하물며 유튜브에 출연하면서까지 숙제 내어주는 학원을 저격하는 학원장도 보았다.
그 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긴 한다.
학원에 다녀온 아이는 숙제는 뒷전이고 게임이나 유튜브 삼매경,
맞벌이하랴 집안일에 자녀 교육까지 챙기랴 바쁜 우리 엄마들은 그래도 학원 숙제만큼은 스스로 해가길 바랄 텐데...
분명히 내 새끼가 맞는데, 나를 닮지 않고 누군가(?)를 닮아 저 지경으로 저러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만하다. 참다 참다 기어코 한마디 하면 학원 숙제를 가지고 '하라'는 엄마와 '나중에'라는 아이(안 한다는 아이는 없단다) 간에 국지전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진짜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가 싶었다고.
아이와 이런 갈등이 쌓이고 쌓이면 문제는 회피하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포기할 수 없기에 절묘한 절충안(?)을 강구하게 될 텐데 그것이 ‘숙제 없는 학원’인 것을 감정적으로는 공감하기도 한다.
또 자신들의 예언적이고 선택적인 결정을 확인받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부모들도 있다.
"공부는 나중에 많이 할 텐데 초등학교 때에는 그냥 자유롭게 맘껏 놀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라든가
"나도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좀 해봤는데 하기 싫을 때 하는 공부는 효과가 없더라고요"라는 식이다.
내 귀에는 '집에서는 공부시키지 않겠어요'라는 말로 들렸다.
그러면서도 학원을 보내려는 이유는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있기 때문일까?
특히 코로나가 선택의 갈등을 줄여준 덕에(?)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아주 많다는 걸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 덕에 기초학력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낮아졌다는 보도는 익히 접했을 것이다.
중학교까지는 어찌어찌 넘기더라도 그러다 고등학교 때는 망한다.(고 차마 말하진 못했다)
수학이라는 과목에서의 복습이란 학생 스스로 그날 배운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다. 학원에서 선생님이 수업하는 것을 잘 듣기만 하면 공부는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공부한 기분을 느낀 것일 뿐 실제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때문에 숙제를 빼앗는 행위는 아이들로 하여금 복습할 기회를 빼앗는 것임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물론 우리 아들과 딸이 수학학원 숙제 따위는 없어도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숙제 때문에 갈등할 일이 없을 테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기로 하자.
어찌 됐든 중요한 건 학생에게 숙제가 없었던 그 기간 동안만큼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까지 낭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던졌던 부모님 역시도 예상과는 다르게 왜 공부를 못 하는지 알고 있었다.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다.
무책임하고 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진짜다. 만고불변의 법칙이자 세상이 공평한 이유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전교 꼴찌(7점)를 수학 일등급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공부를 못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복습을 안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자녀 교육서를 보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동원해 보고 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명문대 진학 한 공신들의 수기나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든 우리 아이를 거기에 끼워 맞춰 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동네 친한 학부모 모임에서 비밀스럽게 얘기하는 학원이나 과외 선생을 소개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효과를 보았는지 묻고 싶다.
여러분 자녀가 공부를 못 하는 이유는 여러 번 틀리더라도 끝까지 퀘스트를 해결해 가며 공부한 경험이 없고 공부는 복습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리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우고 계획을 세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말자.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시간이 있다. 절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반복시키면서 가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아직도 아름답다.
좌절하고 절망할 시간이 없다.
‘좋아,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데 숙제는 하지 않는 저 자식(내 아들, 내 딸)은 어떻게 숙제를 하도록 만드는 건데?’라고 묻는다면
‘스스로 악역을 맡지 마세요.’라고 하고 싶다.
학원에서 내어 준 숙제는 어디까지나 복습을 유도하기 위함이지만 필연적으로 가정학습을 유도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끔 훈련시키는 목적도 있다. 이를 하지 않는다고 부모와 자식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예컨대 ‘어머니 길동이가 오늘도 학원 숙제를 해오지 않았어요. 가정에서 지도 부탁드려요.’라는 부모에게 떠밀기 식의 무책임한 학원의 대응이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양심적이고 좋은 학원은 그 부분까지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 학원이다.
집에서 싸우고 갈등할 바에는 솔직히 한계를 인정하고 학원이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도록 권하고 싶다.
(이를 해결하는 우리 학원의 방법은 영업기밀, 맛집 레시피와 같으니 궁금하다면 댓글을 남겨주기 바란다. )
만약 이를 해결했다면 이제야 비로소 우리 아이에게 진지하게 수학 문제와 마주하며 치고받을 맷집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이제 두들겨 맞더라도 적어도 하루 이틀 동안 뻗어있지는 않을 테니 그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