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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Aug 29. 2024

때론 자기 합리화도 필요하다.

주눅 들지 않는 삶

이솝우화에서 “여우와 신 포도”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고픈 여우가 포도송이를 찾아냈으나 너무 높이 달려서 따 먹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점프를 하느라 지쳐버린 여우는 그 자리를 떠나면서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여우와 포도> 이야기는 자기 방어의 일종인 합리화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얻지 못하였을 때 상처를 받을 것이 뻔하므로 그러한 상처를 덜 받기 위해 결국 포기하고 여우처럼 떠나가는 것이지요.

가끔씩 나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가 바로 나 자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려다가 능력에 한계를 느껴 시행하지 못하게 될 때 으레 다음과 같은 변명을 하게 된다.

“그래, 그것은 내가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거야.”하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게 된다.

여기서 여우는 높은 가지에 달려있는 포도를 실제로 따 먹을 수 없었음에도 따 먹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포도가 실 것 같아서 안 따먹은 거야”라고 자기를 합리화하여 “저 포도는 시어”라고 하는 것이다.

여우는 포도를 따 먹을 능력이 없었음에도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꼭 그럴 때는 다른 여우들에게 민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여우들이 “저 친구는 점프 실력이 모자라서 저 포도를 따 먹을 수가 없어.”“쟤는 포도를 못 따 먹기에 시다고 하는 거야.”하게 될까 봐 자기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여우는 그 포도를 먹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못 먹게 되었다면 아마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저 포도가 참 달고 맛있었을 텐데, 키가 모자라서 먹을 수 없으니 안타깝구먼.”하고 자기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어쩜 우리도 살다가 보면 여우처럼 능력의 한계에 이를 때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때 스스로 자책하고 부끄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특히 조직 생활에서는 능력평가에 냉철함이 있기 때문에 때론 자기기만이나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먹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저 포도는 시어”라고 말하게 된다.     

나는 상당한 능력 있는 부러운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퇴직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여 여유롭게 활동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친구 앞에서 나는 작아지지만 에둘러 나의 부족함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늘 경쟁에서 이기고 싶지만 내게는 버거운 경쟁 상대가 되어 발버둥 쳐도 앞서지 못하는 능력의 부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나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마도 내 속에도 포도를 따 먹지 못한 여우의 심정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욕망대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먹고 싶은 포도를 먹지도 못하면서 “저 포도는 시어”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아쉬운 순간들을 스쳐 지나왔을 것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여우가 신포도라고 단정해 버린 포도가 실제로 신포도였다면 어떠했을까?

더 열심히 뛰고 또 뛰어서 그 포도를 겨우 따 먹었는데 신포도였다면 그 여우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 까요. 아마도 크게 속으로 실망했을 것입니다.

아무나 딸 수 없는 포도를 나만이 따서 먹었다면 다른 여우들에게 “이 포도는 시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의기양양하게 “포도가 참 달고 맛있어.”라고 거짓말을 했을 줄도 모른다. 

거기에 미치지 못한 다른 여우들이 포도를 따 먹은 여우의 능력을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바람에 신포도를 먹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달다.”라고 거짓말로 자기기만을 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포도를 따 먹고 맛이 신 포도였지만 달다고 했던 것은 “우리가 못 따 먹는 걸 쟤는 따 먹었어. 높은 가지에 열려서 다들 포기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어. 우리도 쟤처럼 노력하면 맛있는 포도를 따 먹을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말한 여우는 바로 오늘날 미래지향적인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제 힘이 미치지 못하여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연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능력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그 차이는 일편적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남보다 우위에 있는 또 다른 능력이 하나쯤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질적인 삶의 우위로 여유를 가진 친구처럼 당당하지 못하고 비교하며 내심 부족함을 느끼며 위축되어 살 때가 있다. 

때론 포도를 따 먹고 “달다.”라고 하는 여우가 때론 우리에게는 부러운 존재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상황에 따른 자기 합리화나 자기 위로를 간간히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솝우화에 소개되는 여우의 자기 합리화는 우리 삶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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