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우리 술에서 배우는 지혜
내 삶에 덧술이 필요하다.
삼복더위도 지났건만 좀처럼 더위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가로수도 지친 듯 헛헛한 숨만 내쉬고 있다.
아침부터 목쉰 매미소리가 힘에겨운 듯 길게 빼는 여운이 짧다.
시멘트 담벼락에 기대어 피어있던 봉선화도 숨을 헐떡이며 그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어느새 고추잠자리도 높게 날고 모든 식물들이 혀를 빼고 겨운 듯 땅바닥에 누워버렸다.
나는 오늘도 술집(전통우리술교육원)으로 출근을 했다.
우리 술학교 관장은 전통술에 대한 일기견이 있으시다. 박식한 논리로 남다른 전문가의 자부심을 가지고 강의하는 것을 보게된다.
전라슬로푸드 문화원에서는 전통우리술에 대한 연구와 명백을 잇는 일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멀리서는 울산에서도, 경기도 양평에서도, 서울에서도 전통술 강의를 들으려고 오고 있다. 우리전통술빚기 체험이나 미각체험은 다른곳에서 쉽게 접해보기 어려운 과정들이라 생각한다. 어제는 미각 체험하는 수업시간이었다. 학동들이 각자 준비해온 안주로 한상을 펼쳐놓고 여러가지 술맛을 느껴보고 평가해 보는 시간이다. 관장님이 내어놓은 아끼는 술과 학동들의 미각 체험은 화기애애한 시간이 되었다. 특히 한 학동이 가거도에서 공수해 온 대형우럭을 깆은 양념으로 직접 요리해서 가져오기도 했다. 역시 우리술은 귀한 안주가 한몫을 하게된다. 전 하고도 아주 잘 매칭되는 것을 아는 센스있는 학동도 있어서 늦은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전주 우리술학교에서 주로 하는 일은 전통 우리 술을 연구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술교육과 술빚기 체험, 미각체험도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전국의 유명 가양주를 소개하고 판매도 하는 우리 술 안테나샵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 우리술은 쉽게 막걸리라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분명 시중에서 유통되는 기성막걸리와는 차별해서 접근해야 한다.
맛과 향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경험하게 되면 대체로 반복해서 술을 빚으러 오게 된다.
주로 찾아오시는 고객은 전통술맛을 즐기는 경험고객들인 것 같다
나도 전통술교육평일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전통술은 감미료나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누룩만으로 효모를 증식시키고 발효의 특성을 이용하여 술을 빚는다.
부의주(동동주) 같은 경우는 즉시 담아서 단양주로 채주하여 음용할 수 있다.
좀 더 맛있는 술을 맛보려면 밑술을 담고 덧술을 하여 이양주, 삼양 주로 빚어서 100일 정도 숙성하여 깊이 있는 맛의 전통 우리 술을 맛볼 수 있다.
전통술을 담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술을 빚는 과정에는 다양한 도구들과 레시피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술을 담그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경험치를 통해 정량화되고 표준화한 관장님의 레시피를 따르게 된다.
보통 찹쌀 8킬로를 백세하여 5~6시간 물에 불려 놓는다. 백세미란 쌀을 백번정도 손으로 가볍게 씻는다는 의미다. 이를 테면 뜻물이라 할 수 있는 부유물을 흘려보내고 맑은 물에 담가두얶다가 시간이 지나면 채에 받쳐 30분 정도 물기를 뺀 다음 찜기에서 약 11분 정도 전기온수 증기로 고두밥을 찌게 된다.
고두밥이 쪄지면 식탁에 내려 살수를 하게 된다. 살수를 하는 이유는 쌀이 골고루 잘 익게 하기 위함이다.
살수량은 찹쌀고두밥 기준으로 900ml를 골고루 손가락사이로 흔들어 흘려서 살수를 하게 된다.
살수를 하고 고두밥을 뒤집기 하여 골고루 섞기가 끝나면 다시 찜솥을 올리고 11분간 다시 고두밥을 찌게 된다.
고두밥을 찌기 전에 술을 빚을 누룩과 주걱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과정에 사용되는 모든 도구는 반드시 뜨거운 물로 또는 증기로 소독을 해두어야 한다.
술을 담글 술독내부와 뚜껑까지도 미리 증기로 소독하여 식혀둔다. 매 과정마다 위생적인 부분을 꼼꼼히 아는 것은 공기 중에 다른 유해균의 침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향온주 경우는 고두밥이 다 쪄지면 준비해 논 용기에 쏟고 미리 준비해 놓은 끓인 물을 약 6~7리터를 붓고 섞은 다음 돗자리 위에 고두밥을 고루 펼쳐서 충분히 식혀준다. 약 25도 이하로 식으면 정해진 양의 누룩을 넣고 치대기를 한다. 누룩과 고두밥이 잘 섞여서 발효가 고르게 이뤄지기를 위함일 것이다.
물의 양과 온도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험에 의한 술 빚기를 하게 된다고 한다.
치대기를 다하면 술독을 준비하고 주변에 묻지 않도록 가지런히 담는다.
잘 담갔으면 항아리 보자기로 덮어 고무줄로 고정시켜서 약 2일간 발효시킨다.
향기가 좋은 술을 빚어 마시기 위해서는 발효효모의 활동과 활동이 멈추는 시점등을 참고하여 보관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 우리 술은 효모의 출아법으로 증식하는데 효모의 생육조건과 반응에 따라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께서 술을 담그시는 날 술이 잘되어야 한다고 정성을 들이던 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그만큼 술은 담그는 시기나, 온도, 물의 양, 누룩의 양, 첨가물 등에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기에 술을 빚는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권세가에서 가양주로 전통을 이어 비법을 이어왔으나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 주세법이 생겨서 집에서 술을 담그는 일을 금해왔다. 그로인해 오랫동안 이어왔던 비법들도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몇몇 가문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가양주 비법이 구두로 또는 오랜 문헌에 일부가 전해질뿐이다.
우리 술은 좋은 원료와 적당한 시기에 띄운 누룩, 좋은 물을 골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술이 잘 익도록 온도가 중요하며 술을 빚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야 좋은 술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전통 우리 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술의 맛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 맛의 깊이를 더해 갈 수 있다. 단양주(부의주)와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 육양주.. 12 양주까지 한다고 했으나 우리 관장님은 8 양주까지는 해보았다고 했다. 밑술과 덧술을 계속 반복하여 효모를 증식시키고 안정시킴으로 깊은 맛과 취향을 즐겨 볼 수 있다.
전통 우리 술은 막걸리이며 비법을 달리하여 청주로 라이스와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나 전통 우리 술은 발효를 통해 얻어지는 생활의 지혜이기도 한다. 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촉매는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당화효소일 것이다. 발효는 미생물이라는 생명체의 증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아주 과학적인 방법에 따른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전통술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대를 이어 비법을 전수하고 특성화 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펼쳐가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특성화하여 다양한 형태의 우리 술을 만들어 내어 상품화 하고 있다.
주전자에 담긴 말걸리가 아니라 멋진 포장과 홍보를 통해 그 가치를 높이고 술맛의 대중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경쟁적으로 술을 차별화하였다고 자랑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술은 문화와 그 시대의 정신을 담고 점차 다양해지고 세대를 넘나들며 젊은 층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도 개발하고 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인생을 논하고 학문을 설파하며 고고한 철학과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음에 술의 의미를 단순하게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부터 왕조시대는 물론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술은 인생의 멋이요 하늘에 이르는 환희와 쾌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매체일 것이다.
"한잔 술에 떠오른 얼굴, 두 잔술에 지워버렸다."는 유행가의 가사처럼 술을 매개로 인생살이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벗어버릴 수 있었으니 술은 우리의 모든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우리네 삶에서 아주 작은 위로일 수도 있지만 음용하는 때와 장소, 양과 방법에 따라 패망으로 이끄는 무익균의 활동일 수도 있으니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나같이 술을 전혀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술을 빚고 그 과정을 배우는 것은 우리 전통문화의 이해와 술의 사회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밑술을 담고 덧술을 하는 것은 술맛의 깊이를 더하고 감칠맛 나는 술을 빚기 위함이니 내 인생에서도 지금까지 밑술을 발효해 왔다면 덧술을 하여 좀 더 멋진 인생을 살아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