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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vs 인간

by 할수있다

너무나 복잡한 세상입니다. 이 복잡계의 세상을 다 이해하고 읽어내기가 어려우니 우리는 전문가들을 선호하고, 그들의 말을 믿고 세상을 이해하는 덜 번거로운 삶의 과정을 이상적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특히, 미디어에 노출이 되는 전문가들에 대한 맹신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오랜 경력이나 높은 직위가 반드시 뛰어난 실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데도 말입니다. 미디어만 통하면 검증된 것으로 판단하는 습관은 인지와 판단같은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더 그러합니다.


스스로를 전문가라 여기는 이들이 미디어의 영향력을 잘 알았기 때문일까요. 사익을 추구하는 전문가들은 버젖하게 미디어를 활용하고, 이런 것이 실력이고 권위인 것처럼 행세를 합니다. 골목 상권을 살리고, 우리 농어촌을 살린다며 착한 척, 바른 척하던 요식업 사업가의 실체가 대표적입니다. 대출로 강남의 수십억 아파트를 매입하고, 슈퍼카를 타며 성공의 이미지를 만들어 절박한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진짜로 성공하는 성공학 강사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거짓 가공된 정보를 파는 사람들 말입니다.


진실은 종종 복잡하고, 고통스럽고 불편하며, 허구는 단순하고 매력적이다라고 유발 할라리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거짓을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설명한 말입니다. 복잡한 역사공부보다는 재미있는 영화를 통해서 가공된 지식에 믿음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서방의 군사력을 통한 힘의 권위가 무너져 가고 있는 이 시기에도 헐리웃 전쟁 영화를 진실로 여기는 사람들은 미국이 강한 군사력으로 미국 중심의 세상을 이어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학자이지만 유발 할라리의 말을 인용한 이유는 인간이 허구를 통해 사회를 구성해 왔다는 주장과 그가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관한 주장 때문입니다. 그는 인간의 언어와 스토리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신이다'와 같은 믿음은 허구이지만, 이러한 공유된 신념은 낯선 사람들 간의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대규모 사회를 형성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인간의 허구 이야기, 즉 내러티브라는 것입니다.


영화 속 내러티브가 우리를 속여 온 것들에 대한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자극적인 내러티브를 통해 사실을 감추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는 이야기를 진실로 여겨지게 만들었다는 것 말입니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믿게 만드는 힘을 가진 내러티브는 여전히 현실 세계에서 작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나르는 미디어와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사고 능력 하락에 맞춰 그 기세가 날로 강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유발 할라리는 인공지능(AI)이 거짓 정보를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민주주의와 사회적 신뢰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AI가 인간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핵폭탄보다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간보다 더 거짓말을 잘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사회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 것이라는 말입니다. 인간이 쉽고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진실보다는 가공된 스토리를 신봉한다 말하며, 인공지능의 거짓으로 인류에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데 사용된 것이 허구라는 내러티브입니다.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서 소수가 다수를 통제했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지배는 언제나 있어 왔고, 그들은 항상 다수를 지배해 왔습니다. 왕과 귀족, 성직자, 정치가, 자본가 등 이름만 바꿔오면서 말입니다. 눈부시게 발전된 기술과 늘어난 생산량에도 지속적으로 양극화가 이어진 것이 단지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vs 인간이라는 구도로 우리는 다시 욕심 많은 소수와 한 팀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 내러티브에서 외계인의 침공으로 제국주의 국가와 억지 한 팀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인공지능 vs 인간의 구도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 있는 소수 엘리트 vs 다수의 인간의 구도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 인간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놀거리만 찾으면 된다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낙관적으로 미래를 인지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은 존중을 받아야 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여태 살아온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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