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은 단순한 방송 출연을 넘어서, 콘텐츠 기획자이자 브랜드 전략가로서의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 출연자가 아닌, 기획자·제작자에 가까운 역할을 통해 대부분 콘텐츠의 컨셉을 직접 주도하며 ‘골목 상권’, ‘서민 음식’, ‘국산 농산물 소비’ 등의 주제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냄으로써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미디어 노출이 곧 브랜드 강화 수단으로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수입과 함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었고 대중은 그를 추종했습니다.
미디어는 곧 신뢰이고, 미디어를 통한다면 소비자가 신뢰를 가지고 구매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그의 사고는 그가 미디어에 공을 들이게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공공재 역할을 하는 미디어 활용이 개인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백종원은 미디어를 통해 자기 브랜드와 자신의 사업을 홍보함으로써 공공의 자산을 자신의 이익으로 결부시킨 사람입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거짓말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 백종원이 이제는 만인에 대한 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철학, 상생의 메시지를 통해 사적인 이익을 취해왔다는 지적을 받으며 말입니다. 그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업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를 선량한 이웃으로 생각했고, 나눔의 실천가로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한 배신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본질은 외면하고 말입니다.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정보화 사회 이후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회자되는 말이었습니다. 모두가 그 말을 인정했고,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에서 뒤처지는 이유가 스스로의 안일함이었다는 자책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른 것이 아니라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브랜드나 기업을 보면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큰 것이 먹었고, 작은 것은 먹혔습니다. 속도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물론 빠른 것들의 성공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존속, 유지,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큰 것들이 더 커지고,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되었음은 의심할 필요가 없이 명백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미디어에서 정보화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말의 하나였던 빠른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현재의 상황을 보면 틀렸습니다. 적어도 작금의 경쟁력 높은 브랜드와 기업을 보면 그렇습니다. 큰 것이었던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 현재 점유율만 봐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큰 것들의 변명일 지도 모릅니다. 지식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학자, 전문가들이 미디어에 쏟아낸 말이지만 결과는 대부분 큰 것만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초국적 대기업이 미디어와 학계를 장악하고 있기에 공정하지 않은 것을 공정한 것으로 포장한 결과는 아닐까요. 그렇지만 바쁜 우리들은 전문가를 무작정 신뢰해 왔습니다. 실패한 기업이나 브랜드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속도가 늦었다 믿으며 말입니다. 돌아보면 분명한 것은 빠른 것이 아니라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다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미디어에서 주장한 것과는 반대가 되는 말이지만 말입니다.
예로부터 독과점은 기회의 균등, 함께 살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곡물을 독점한 사람은 큰돈을 벌 수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굶주림의 고통을 받아야 합니다. 공동체의 삶에서 독점과 과점은 당연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었고 금기된 행동이었습니다. 여전히 독과점이 금지된 세상이지만 독과점을 취할 수 있는 아주 신박한 방법이 생겼습니다. 기업과 분리된 미디어를 통하는 것입니다. 큰 것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광고와 홍보의 미디어를 통해서 말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 Galbraith)는 독과점의 형태가 교묘하게 바뀌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가 지적한 ‘브랜드 독식(brand monopoly)’의 핵심은 대형 기업이 광고·마케팅을 통해 사실상의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입니다. 미디어를 통한 힘의 우위를 앞세워 대기업의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이는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을 구성한다는 것인데 그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믿고 신봉하는 미디어의 광고와 홍보는 큰 기업의 독과점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미디어를 통한 광고와 홍보의 메카니즘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불공평하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의 규칙으로 받아들인 것이기에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언급을 하는 이유는 큰 것과 미디어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는 지를 상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백종원 뿐 아니라 미디어에도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고 이는 장군의 이발사가 보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기도 합니다.
갤 브레이스는 미디어를 통해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사실상의 독점을 이루어 낸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 빅 브랜드에게 이익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고도 했습니다. 미디어를 장악한 큰 브랜드가 소비자의 인식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 외에는 대안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각자도생이 일상이 되어가는 세상입니다. 왜 부가 한 곳으로 쌓여만 가는지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 서로 돕는 우리들의 모습이 왜 존속, 유지, 발전의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지, 왜 풍요로움이 소수에게 몰리는지 알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