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내러티브를 이어갈 때 빠지지 않아야 할 등장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소시민인 주인공과 갈등 관계를 통해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물입니다. 우리는 보통 이들을 빌런으로 부릅니다. 주인공이 하고싶어 하는 일을 가로막는 장벽으로써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과 감정 이입을 높이기 위해서 빌런은 아주 나쁘고, 강한 존재여야 합니다. 그래야 극적인 영화의 내러티브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악당들의 역할은 갈등 유발자로 이야기의 긴장과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내러티브의 중심으로 주인공의 선에 대한 반대 추로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춰가는 역할을 합니다. 악당이 허술하면, 결말이 싱겁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강력한 능력과 함께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논리, 말투,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영화 속 빌런(악역)은 단순히 ‘나쁜 놈’이 아니라, 이야기의 긴장감과 깊이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를 반감시키는 말이지만 강력하고 현명한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에서 자주성을 지워버립니다. 비록 영화 속, 현실 밖 세상의 내러티브이지만 그것은 항상 현실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현실 속에서 누군가 영웅적인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도록 관객의 마음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인에 대한 추종입니다. 절대적 선을 가진 주인공처럼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은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에 대한 헛되고 과한 기대만 낳았습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은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3S(Screen, Sports, Sex) 정책을 실행했습니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후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정책입니다. 지금은 세상의 영향력 높은 요소로 자리잡아 감히 비난하기 어려운 분야가 되어버렸지만 말입니다. 커다란 TV를 통해서 매일 영화를 접하며, 스포츠의 짜릿한 승부에 감정을 부으며, 선정적인 콘텐츠에 생물학적으로 반응하며 사는 시대입니다. 과거에 비난했던 그 정책에 우리는 순응하고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비현실적인 주인공이 과장되었다면 악당도 과장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과 악의 추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영화적 상상력은 허용되어야 하지만 악당(빌런)에 대한 과장은 사실 도가 넘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언론의 선정성이 도가 넘치듯 말입니다. 영화 속 악당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믿음, 뉴스에 나올만큼 희귀한 사건이 내게도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우리는 얼마 전부터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자주 듣고 삽니다. 힘든 세상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함에도 말입니다.
소시민이 주인공이라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이발사라는 직업을 가진 보통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의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니 악당도 특별한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시대의 폭압을 견뎌야 하는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인간미를 품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될 것입니다. 시대를 되돌아보는 이유에 적합하도록 말입니다.
[장군의 이발사 1980]의 주인공은 자신의 삼청교육대 입소를 자신의 탓(군시절, 전두환 머리를 깍았다는 거짓말)으로 생각하고, 삼청교육대의 폭압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삼청교육대를 단순한 교정기관으로 이해를 합니다. 그런 그의 믿음을 깨버리는 악당은 삼청교육대의 대머리 여단장, 대대장, 인사계 등입니다. 주인공의 숙련된 이발 기술과 맞춤 가발 제작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주인공과 악당의 상호작용 속에서 진짜 빌런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