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마을 사람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과거에는 법없이 살 사람이라는 말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들렸습니다. 인품이 곧고 바른 사람이라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뜻으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던 말이었습니다. 자주 쓰이던 그 말이 왜 지금은 잘 들리지 않을까요. 자기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럴까요. 아니면 법이 없으면 망나니처럼 행동할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요. 정확한 답을 얻기가 어렵지만 지금 우리들은 사람보다는 법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법대로 하자라는 말, 예전에는 잘 쓰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는 꼭 나오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작은 갈등에도 사람과 사람 간의 상식과 믿음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아주 먼 옛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갈등에도 대화보다는 법을 내세우는 습관이 사람들에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만사가 다 법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이익 충돌로 예전처럼 상호조정이 안되니 법 밖에 믿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영화 속 변호사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갈등을 부추키는 사람입니다. 갈등의 증폭과 조절로 수임료라는 보상을 챙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제 해결사라는 선한 미소와 함께 말입니다. 많은 드라마와 뉴스를 통해서 법이 없으면 우리는 손해보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들어왔습니다. 법대로 하자라는 말이 입에 붙을 수 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이니 정부에 하소연하고, 입법과 사법에 매달리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인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희망을 걸지 않고 말입니다.
80년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간혹 주먹을 앞세워 갈등을 해소하는 행태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이웃과의 충돌이나 갈등은 상호 간의 이해나 협의로 매듭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법대로를 외치지 않아도 상호 간의 갈등이 해소되던 시기였습니다. 준비하는 영화는 80년의 배경을 가졌습니다. 영화 속 보통 사람들은 갈등의 해소 방법을 잘 알았고, 그것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군부 독재라는 폭압에서 서로를 지켜낼 수가 있었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물질적 풍요만이 유일한 즐거움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입맛을 돋우는 음식, 그 음식으로 위장의 포만감을 채울 때 행복이라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먹방 유튜버들의 인기가 그런 우리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어렵고 힘이 들때면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이 인류가 살아오며 축적한 지혜인데 그런 지혜로운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시간을 돌려서 지난 날을 찾는 이유입니다. 법 없이도 잘 살아왔던 그 시절의 보통사람들을 마주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