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歌

금방이라도 한바탕 무엇인가 쏟아질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

촉촉한 가을비가 될지 하얀 첫눈이 내릴지 흐린 하늘에 기대를 모으며  

햇빛 환한 여우비 내리던 날 끄적거렸던 시를 띄운다.

똑. 똑. 똑. 

까만 먹구름 위에 머물던 작은 방울들이 

지상의 문을 두드리며 노크를 한다     

토독 토독

한줌 바람에 일제히 흩어지는 빗방울들이

공기 중에 떠 다니며 가볍게 춤을 춘다     

후드득 후드득

성질 급한 빗줄기는 서로 먼저 도착하겠다고 

지면 위를 내달리고     

쏴아 쏴아

세차게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들은

작은 내를 가로지르며 지축을 뒤흔든다     

가지 끝에 메달린 은빛 물방울 하나

나무 위에 앉은 작은 새의 날개 짓에 

톡! 하고 떨어졌다     

총총총총 우산 속 분주한 발걸음 소리 

통통통통 빗물받이 넘쳐 흐르는 흙비 소리

팅팅팅팅 거센 장대비는 오래 된 양철 지붕을 세차게 두드린다   

  

햇볕 쨍한 날 쏟아지는 하얀 여우비는

우산 없이 뛰어가는 사내아이의 뒷 모습을 쫒고

첨벙첨벙 장단 맞추던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저 멀리 흩어진다      

 

무더위에 지친 빗방울들이 여럿 모여 궁짝궁짝 장단을 맞추면

아스라이 비멍에 빠진 나는 

또 한번 가슴 두근거리는 비歌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