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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Oct 11. 2024

셋 다 군인!

아들 둘 그리고 딸 하나!

나는 아들 둘과 딸 하나로 세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번에 막내 딸이 대학교 졸업반이라 사실상 애들은 다 키운 셈이다.

큰 아들은 대학교에서 학사장교로 졸업 해 군에서 7년을 복무해야한다. 

일반 군인으로 입대 한 아들의 친구들은 대부분 1년 반에서 2년 정도 복무 후 제대하는데 큰 아들은 현재 4년째 근무 중이다. 

첫 발령은 2021년 6월 우리나라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 발령을 받았다. 가장 가까운 북한의 장산곶과는 14Km정도 떨어져 있어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북한이 보일정도로 가까운 반면, 인천에서는 배로 4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먼 곳이었다. 처음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질듯? 아팠는데 강원도 보다 훨씬 더 먼 곳인 백령도에 간다고 하니 북한과 너무 가까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전체 인구 1만 명 중 절반 정도가 군인이라고 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이곳 목포에서 백령도를 가려면 거의 12시간이 걸리므로 새벽에 출발해도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다. 그나마 큰 섬이라 다이소나 편의점까지 일상에 불편함이 없을 만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섬의 특성상 수질이 좋지 않아 얼굴과 피부에 트러블이 자주 생기는 것이 항상 걱정되었고 가끔 휴가를 받아도 바람이나 해무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때문에 군인들이 휴가 날을 잡았다가도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우리도 아들이 3년 정도 있는 동안 겨우 한번 방문했다. 두번 정도 갈 기회가 더 있었으나 뭣도 모르고 처음 갔을 때 배멀미 때문에 거의 초죽음이 될 뻔 했던 기억과 아들에게 가려고 큰마음 먹을 때마다 날씨가 안 도와줘서 자꾸만 발목을 붙잡히는 바람에 아쉽게도 마음만 보냈다. 그래도 여자 친구는 자주 방문 해 줘서 많이 고마웠다. 그게 하늘의 신조차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의 힘일까?!

다행히 별일. 별탈 없이 첫 섬 생활을 잘 마치고 포항으로 이동했다. 집에서 포항도 먼 거리였지만 그래도 백령도보다는 가는 시간도 훨씬 줄어들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졌다. 아들 덕분에 살아생전 별로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지역들을 방문했던 좋은 추억도 가졌다.

복무해야 할 기간 중 이제 겨우 절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제대해서 자리도 잡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들은 여전히 군에 있으므로 가끔 마음이 흔들릴까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도 오랜 시간동안 계속 응원 해 주고 서로 잘 지내고 있어 많이 고맙다.     

큰아들과 남편과 막내딸


막창과 카레와 치킨을 무척 좋아하는 둘째 아들은 해양대학교를 다니며 ROCT를 지원했다. 

그리고 1년 정도 훈련을 받았는데 '워킹홀리데이'를 해 보고 싶다고 해서 휴학을 하고, 떠나는 당일 아침 뉴스에 '지속적인 장마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하는 호주를 향해 망설임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년을 무사히 잘 보내고 올 3월에 귀국했다. 

외국에 있느라고 ROCT를 중간에 포기하고 귀국하고 나서도 학과가 적성이 안 맞다는 이유로 학교도 그만두었다. 부모입장에서는 취업하기에 별 문제 없는 대학교여서 무난히 졸업만이라도 해 주길 바랬으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도전하는 삶을 계획 중이라고 하니 어쩔수 없이 응원 해 주기로 했다. 

군대는 다시 다녀와야 하는 터라 카투사를 신청했는데 경쟁률이 10대1이라더니 역시나 떨어졌다. 

그리고 11월 초, '경기도 51사단'으로 군 입대 날짜를 받은 상태이다. 자신이 잘하는 영어도 하면서 외국인들과 군 생활을 즐겁게 했으면 싶었는데 역시 세상은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 같다. 

많이 실망했을까봐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요즘 찬바람이 불어서 비염이 더욱 심해진 아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힘들어하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두콩 차를 열심히 끓여주는 것이었다. 이제 입대하면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이래저래 참 걱정이다. 

대학교에서 군 생활에 대한 약간의 경험이 있으므로 별다른 감정변화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인스타를 보니 기분이 심란하고 약간 다운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군대 가기 전날까지 며칠동안 친구들과 여행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나름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눈치였다. 아마 친구들 중 아들이 군대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신의 기분을 충분히 위로 해 주고 달래 줄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살면서 정답이 무엇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어느 길을 가든 무사히 잘 적응하고 건강하게 다녀오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딸이다. 

굳이 딸까지 군대에 갈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드는데 어느 날 문득 남편이 농담으로 ‘너도 오빠들처럼 여군 장교 한번 해 볼래?’ 라는 한마디에 ROTC시험을 치고는 합격했다고 알려줬다. 

내가 "왜 시험을 봤어?" 라고 물으니 "학교에 발령받아서 애들한테 여군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리라. 듣는 학생들은 재미 있겠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이다.  

딸은 방학 때마다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상을 받을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또한 대학교에서도 사관후보생 중 대대장을 맡을 정도로 적응을 잘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기도 했다. 

지금은 대학 졸업반이라 체육학과 임용고시 준비로 얼굴 보기도 쉽지 않고 가족 모임이나 여행에 자주 빠지게 되므로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이 쓰였다. 지금 고생하는 만큼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했다. 

남편은 애들이 여러모로 자기를 닮았다고 뻑뻑 우기지만 사실 운동을 좋아하고 움직이기 좋아하는 성격은 나를 더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위의 사진은 반찬과 먹거리, 커피 등 딸에게 보낼 짐들이다. 딸이 경산시에 있어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여러번 갈아타야하고 거리가 멀다 보니 집에 와도 짐을 많이 보내기가 쉽지 않아 가끔 응원차 딸의 집을 들를 때마다 딸을 위해 모아 둔 무거운 물건들을 빠짐없이 챙긴다. 언제까지 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듯 이것저것 몇 가지를 챙기다 보면 차를 가득 채울 만큼 한 짐이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인근지역 기숙사에 배정받아 매 주마다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지만 딸과 본격적으로 떨어져 살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가 대구쪽으로 정해지면서 입학하기 이틀 전날, 며칠 전부터 준비 해 놓은 살림살이들과 반찬을 차에 가득 싣고 전화로 미리 계약 해 놓은 작은 아파트에 짐을 대충 정리 해 주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다시 목포로 돌아오는 저녁시간 부터였다.

딸도 이렇게 먼 타지에 오롯이 혼자인 상황이 처음인지라 대학생이 된다는 설레임도 있었겠지만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이 더 컸을 것이다. 딸아이가 우리를 배웅하면서 약간의 눈물을 보이자 남편도 딸을 남겨두고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던지 내내 아무 말 없이 눈물을 삼켰다.

차안에서 일부러 딸에게 계속 카톡을 보내면서 뭐하고 있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무섭지는 않은지 계속 확인하긴 했지만 나 역시 허전하고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래전에 친정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막내인 내가 타지에서 살 때는 그래도 자주 볼 수 있으니 괜찮았는데 시집가면서 방에 있는 짐을 모두 보내고 난 후 텅 빈 내 방을 보면서 밤새 우셨다'던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렇게 또 잘 적응을 하고 벌써 4년을 보냈다. 올 11월 말에 임용시험을 보고 나서 내년이면 딸아이도 군대를 가게 된다. 그러면 아들 둘에 딸까지 셋다 군인이 되는 것이다. 

남들은 군대가면 금방 제대하는 것 같은데 역시나 내 자식들이라 가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서고 제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 시국이 하도 어수선해서 '차라리 내가 가고 말지'라는 생각과 함께 보내는 마음이 한층 더 무겁다. 

아이들 모두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항상 감사하다. 

부디 세 아이들이 군에 복무하는 동안 몸 튼튼! 마음 튼튼하고 온 세상이 평화롭기를 기도 해 본다.    


엄마의 기도     


첫째 아들이 군대를 갔다 

둘째 아들도 군대를 간다 

셋째 딸은 군대를 선택했다

엄마는 한숨이 더 늘어만 간다     


걱정이 태산이다

나라도 어수선하고

세계도 어수선하고

지구도 어수선하다     


하늘에 바란다

오늘도 건강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온 세상이 평화롭기를     


오늘도 엄마는 두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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