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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Apr 07. 2024

필리핀의 팁(Tip) 문화 - 팁은 꼭 주어야 하나?

필리핀 은퇴이민 생활기

팁(Tip)

1. 사례금
2. 시중들 드는 사람에게 위로와 고마움의 뜻으로
일정한 대금 이외에 더 주는 돈


팁은 과연 얼마를 주는 것이 적당한 걸까?

조금 주어도 문제이고 많이 주어도 문제인 이 팁문화는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평균적으로 요금의 10% 정도를 주는 것이 무난하다고는 하는데 익숙지 않은 우리에겐 이것이 추가지출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느 식당에서는 아예 계산서에 봉사료(Service Charge)란 명목으로 들어가 있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지불하도록 되어있다.


특히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는 이 팁으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지거나 갈등을 빚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마닐라 여행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팍상한폭포에서는 보트를 모는 뱃사공들에게 주는 팁이 서로 달라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있다. 정이 많은 한국인 특성상 고생하는 뱃사공들이 애처로워 보여 기준 이상으로 팁을 주어서 생기는 일이다.


며칠 전에 잘 아는 아주머니 한분이 집 근처의 마사지 샵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자주 가던 마사지 샵이었는데 그날따라 몸도 좋지 않고 기분도 별로인데 마사지사까지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이 걸린 것이다. 마사지받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분은 마사지가 끝나고 팁을 안주기도 그렇고 해서 20페소를 주었다고 한다. 평소 50페소에서 기분 좋으면 100페소 정도 팁을 주었는데 이 날은 말 그대로 별로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20페소를 받은 마사지사가 기분 나쁘다며 따갈로그로 몇 마디 불평을 한 것이 이 아주머니 귀에 그대로 들어오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고 집에 돌아왔지만 그분은 계속 그 상황이 생각나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출처 : Pixabay]

필리핀의 문화 중에서 한국과 크게 다른 것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바로 '팁' 문화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팁인데, 이 팁 때문에 한국사람들은 남의 나라에서 받지 말아야 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팁의 사전적 의미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고객이 봉사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는 금품' 정도이다. 말 그대로 감사의 마음을 금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위의 상황에서 마사지를 받으러 간 손님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아주 적은 금액의 팁만을 주었으므로 합당한 처사였지만 팁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남들보다 적은 팁을 내놓는 사람에게 불만이 생긴 것이다. 주는 사람은 줄돈 다 주고 또 다른 뭔가를 내야 하는 것 같고, 받는 사람은 당연히 받을 것을 못 받았다고 생각한다. 팁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이 각각 다른 것 같다.

[출처 : Pixabay]

팁의 유래를 살펴보니 서양에서 귀족들이 하인들에게 훌륭한 성과에 대해 즉각적인 보상을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팁은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TIP : TO INSURE PROMPTNESS)이라는 데서 나왔다는 말도 있듯이 서비스가 정확하고 신속했을 때 지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래된 팁은 필리핀에선 다소 변질된 모양이 있다. 고용주가 종업원들에 대한 임금을 조금이나마 아껴보려고 팁이라는 제도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의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으며 일을 한다. 적은 월급은 손님들이 낸 팁으로 보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위에서처럼 팁이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종업원들의 임금을 채워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팁은 상호 공생의 품앗이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출처 : Pixabay]

또 하나, 정말 기분 나쁘고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표시로 팁을 아예 주지 않는다든지, 기대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주고 가며 내가 얼마나 이곳의 서비스에 실망했는지를 알려주는 고객평가제도로서의 역할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 합리적인 것이 팁이다. 한국처럼 식당 서비스 나쁘다고 면전에서 대놓고 싸울 필요도 없으니까 ㅎㅎ


필리핀에서 팁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국의 룸살롱에서 정신머리 없는 인간들이 마구 써대는 '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단 걸 알게 한다. 팁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줄 돈 주고, '기필코' 받을 돈 받는 게 팁이 아니라,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위해주는 따뜻한 인간미가 담겨 있는 것이 팁인 것이다.


필리핀에서의 팁을 골칫거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매끈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해 보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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