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낼 수 있을까?
드디어 강릉 S모텔에서의 첫 청소생활이 시작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는 무엇보다 숙식제공이 필요했기에 사장님께 특별히 부탁을 드렸더니 원래 기계실이 있던 곳을 리모델링하여 조그마한 생활공간으로 만들어주셨다. 방이 다소 작고 창문과 에어컨이 없어 답답해 보였지만 우리 부부가 지내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주방과 화장실은 3층에 있어 매번 오르내리기가 불편하지만 운동삼아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일과가 시작되면 먼저 간밤에 투숙하고 퇴실한 방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켜준다. 그리고 방 안에 어질러진 음식물과 쓰레기를 치우고 이불커버와 매트리스커버, 베개커버 등을 모두 벗겨낸다. 아내가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면 나는 진공청소기로 바닥의 먼지를 깨끗이 빨아들이고 침구류 세팅을 한 후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우리는 애초부터 일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한 사람 몫을 둘이 나누어 일을 하고 1주에 한 번씩 쉬며 월 보수는 1인분 200만원만 받기로 하였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 너무 힘들면 오래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코로나로 인해 방역이 강화되고 숙박인원 제한도 있어서 평일은 방이 그리 많이 차지 않고 주말 휴일에만 만실이 된다. 또한 숙박 방이 10개가 넘어가면 외국인 알바를 한 명 불러주기 때문에 만실이 되더라도 함께 일을 나누어서 하니 그리 힘들지가 않았다. 일이 손에 익질 않아서 처음엔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며 어떻게 세팅이 되어있는지 보면서 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툴렀는데 며칠 하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침구류 세팅을 하다 보면 (이것을 이 업계 전문용어로는 '베팅'이라고 하는데 왜 '베딩(Bedding)'아니고 베팅이라 하는지 난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아시는 분 계시면 꼭 알려주세요. 제발요~) 이불을 탈탈 털고 펼치느라 양어깨가 아프고 팔도 아프지만 요령이 생기면서 이 또한 수월해졌다. 무슨 일이든 경험과 내공이 쌓이면 다 할 수 있다.
반갑지 않은 무개념 진상 손님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편안히 잘 지내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퇴실하는데 가끔씩 무개념 손님들이 엄청나게 어질러놓고 나가는 경우가 일어났다. 심지어는 이불에 토해놓기도 하고 밤새 난투극(?)을 벌였는지 뻘건 피가 이불과 매트리스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일도 있었다. 머리를 뽑아놨는지 긴 머리가 한 움큼씩 널려있기도 했다. 아마 탈모가 심한 손님이었나 보다 생각하며 혀를 차기도 했다. 자기 집이었으면 이렇게 개념 없이 쓰진 않았으리라.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는 비록 내 돈을 주고 사용하는 거지만 청소하는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예의 있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청소가 다 끝나면 세탁물을 회수하여 몇 번에 걸쳐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에 넣어 1시간 정도 건조를 시킨 후 다음날 사용하기 좋게 세탁물을 잘 정리한다. 타월은 타월대로, 베개커버는 베개커버대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도 반듯하게 잘 개어서 보관한다. 건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흘러도 작은 선풍기 한대에 몸을 맡겨야만 한다. 창고를 개조한 방이라 창문도 없고 에어컨도 없으니 답답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세탁물 정리가 끝나고 나면 밖으로 뛰쳐나가 경포해변에 있는 흔들 그네에 앉아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을 맞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때만 해도 6개월 정도만 일을 해보고 너무 힘들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2년 넘게 있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