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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8시간전

강릉에서 모텔에 첫 취업을 하다

새로운 제2의 삶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2020년 2월 20일에 한국에 들어와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며 한 달 한 달 보내다 보니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보니 올해 안에 진정되긴 불가능하고 빨라도 내년 후반은 되어야 어느 정도 일상이 회복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마냥 허송세월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보기로 하였다.


그때부터 매일 교차로와 벼룩시장을 뒤적이며 구인광고를 살펴보니 주유소 주유원, 학원차량 운전기사, 꽃배달 기사 등의 일자리가 눈에 띄었다. 또한 춘천시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지원서비스에도 신청하고, 동사무소(행복지원센터)에서 모집하는 자치센터 사무직에도 지원해 보았다. 지원 한 달 후에 춘천시 일자리 지원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서 면사무소 코로나 지원금 행정업무에 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해당 면사무소를 방문해 보니 도저히 버스를 타고 출퇴근할 수 없는 아주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뭔 놈의 행정이 이따위람...ㅠㅠ




그러다가 우연히 '스피드잡'이란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부부취업 구인광고를 접하게 되어 펜션관리, 모텔청소, 호텔리조트청소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가장 눈길이 간 것은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호텔에서 부부를 구인하는 광고였는데 나이나 경력도 상관없고 숙식도 제공해 주며 3개월 이상 근무조건으로 비행기 티켓도 끊어준다고 하였다. 급여도 350만 원 정도라니 참 괜찮은 조건이었다. 어차피 우리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주도에서 터를 잡고 살아볼 생각도 있었기에 1년 정도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막상 연락을 취하려니 호텔명도 없고 연락처도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회비를 입금해야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단다. 10일간 열람권이 46,000원이다. 좀 비싸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여 우물쭈물하다가 채용기간이 지나고 말았다. 아~ 역시 뭔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해야 하는 건가?


[사진출처 : Pixabay]


무료 구직정보를 올려놓으니 펜션에서 주로 연락이 온다. 어차피 우리도 필리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좀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처음에는 펜션관리 및 청소 일을 중점적으로 알아보았는데 연락 오는 펜션 홈피를 들어가 보니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부부가 같이 일하면 월 450~500만원 정도의 월급을 준다고 하니 얼마나 할 일이 많겠는가. 풀빌라에 스파시설, 공용수영장, 바비큐시설 등 우리 부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보였다.




그 후 호텔이나 모텔청소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알아보다가 주문진에 있는 'M호텔'에서 연락이 와서 다음날 차를 몰고 달려가 면접을 보고는 3일 후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하고 돌아왔다. 드디어 취업이 되었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호텔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우리 부부가 너무 고급인력(?)이라서 궂은 청소일을 맡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며 퇴짜를 놓았다. 하긴 경력이래야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한 게 전부이니 뭘 믿고 청소 일을 맡기겠는가? 이런 젠장~


다시 휴대폰에 교차로 앱을 깔고 강릉교차로 구인정보를 살펴보다가 경포에 있는 조그마한 모텔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을 접하고는 바로 전화를 걸어 다음날 면접을 보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춘천에서 출발하여 내비를 켜고 찾아갔는데 앞으로는 경포해수욕장이 쫙 펼쳐져있고 뒤로는 아름다운 경포호수가 있는 아주 관광요지에 위치해 있었다.


[사진출처 : Pixabay]


이름도 근사한 'S모텔'...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흰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눈길을 끄는 아담하고 정겨운 모텔이었다. 객실은 총 18개가 있는데 방 크기가 크질 않아서 관리하기 수월해 보였다. 더군다나 우리는 한 사람 몫의 월급만 받고 둘이서 같이 일을 한다고 하니 사장님도 아주 좋아하셨다. 바로 여기가 우리 부부가 일하며 있을 곳이란 생각이 마구 들었다. 젊은 모텔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가족처럼 잘 지내보자고 약속을 하고 춘천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2020년 9월 9일에 강릉으로 거처를 옮기고는 9월 10일부터 우리 부부의 한국에서의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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