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필리핀 따가이따이에서 2020년 1월 12일에 화산폭발이 일어난 후 약 한 달 동안 화산재 청소와 집안 정리로 바쁘게 보낸 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갈 무렵 중국발 코로나19가 조금씩 번지기 시작했다. 원래 한국에는 3월 중순 경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몸도 안 좋고 또 3월 중순에 우리 집을 방문하겠다는 교회 선교단체팀이 있어서 이왕이면 빨리 갔다 와서 손님을 맞이하자는 생각으로 2월 20일에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30명 정도 발생하여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였고 필리핀에는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괜히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변의 눈치가 보이던 시기였다. 또한 쇼핑몰이나 커피숍에서 중국인이 보이면 괜히 신경이 쓰여서 멀리 떨어져 앉곤 했었다. 다행히 화산폭발 때 한인회에서 나눠준 마스크가 있어서 밖에 나갈 땐 항상 착용하고 다녔다.
2월 21일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열 체크에 걸릴까 봐 노심초사하며 나왔는데 필리핀에서 오는 승객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옆 통로에서 들어오는 홍콩발 승객들은 공항 직원들이 철저하게 한 명 한 명 체크하고 있었다. 아~ 필리핀은 아직 괜찮구나 하고 안심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2월은 쌀쌀했다.
오자마자 두툼한 패딩점퍼를 하나 구입하여 거의 매일 입고 다녔다. 가장 먼저 정지된 건강보험을 해지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을 들렸는데 입구에서 열체크와 설문지 작성을 하던 직원이 1주일 이내에 외국을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필리핀에서 왔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다시 나와서는 필리핀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 체크를 안 받아도 된다며 그냥 들어가라고 하였다. 코로나 청정지역이라...ㅋㅋ
이후 치과 내과 비뇨기과 강원대병원 건강검진센터 등을 다니며 진료를 받고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하였다. 가능한 한 빨리 업무를 처리하고 필리핀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뿔싸~!!! 1주일이 지나고 또 2주일이 지나면서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내 한국 사회 전체가 정지되어 버렸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기능이 마비되고 외부로부터의 감염을 막고자 나라의 대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필리핀으로 가는 하늘 길도 막혀버렸다.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매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브리핑 내용을 시청하며 기가 막히고 화도 치밀어 오르지만 어찌할 것인가? 아직 코로나 발병원인도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고 치료제나 백신개발은 요원하기만 한데...ㅠ.ㅠ 그러는 사이에 필리핀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 두 명 나오기 시작하더니 하루 확진자가 금세 두 자릿수 세 자리 수로 확 불어난다. 대통령궁에서는 계엄령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하고 각 지역을 봉쇄하는 락다운(Lock Down) 상태에 돌입했다. 집 밖으로 나올 수도 없고 통금시간(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도 주어졌다. 각 가정에서는 통행증을 발급받은 대표 1명만 식료품이나 비상약품을 구입하러 나올 수 있다고 하였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필리핀에 돌아가봤자 오히려 마음만 불안하니까 내 나라 한국에서 맘 편히 지내고 있자고 마음을 추슬러 본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혹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 및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필리핀에서는 모든 비용이 외국인 본인부담인데 그 액수가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까지 어마어마하다.
마음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