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필리핀 화산연구소에 의해 따알화산 경보가 레벨 2로 하향 조정되었다.이는 화산활동이 매우 미약해져서 더 이상 화산재폭발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무척이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는 이 시기에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오늘 아는 필리피노 동생 결혼식에 초대받아 다녀오다가 화산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근처 스타벅스에 들렸다. 이곳에서는 날씨가 맑은 날에는 화산 주변이 훤하게 다 보여 평소에도 필리피노들이 마닐라로부터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런데 스타벅스에 들어서서 테라스로 나가는 순간 멍한 상태로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화산 폭발로 인해 산등성이가 잘려나가 황무지로 변한 모습]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푸르고 아름다웠던 따알화산섬이 나무 하나 없는 잿빛의 황무지 산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화산 전체를 다시 개발하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깎아놓은 줄 알았다. 한국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벌겋게 깎아놓은 산을 보는 것 같았다. 한 순간에 변해버린 섬의 처절한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이제 세계유일의 이중구조 화산섬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고,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세계 100대 관광명소에도 이름을 올렸던 아름다운 따알화산섬은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따알화산 전(前)과 후(後)의 모습 비교]
[화산폭발 후 화산재로 완전히 뒤덮인 화산섬 안에 있는 마을의 참혹한 모습]
[화산폭발 후 수증기가 조금씩 분출되고 있는 모습]
원래 따알화산섬은 필리핀 까비떼 주(州) 따가이따이 시(市)에 있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지이자 화산지대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 중 하나이며, 독특한 2중 구조로 된 화산으로 유네스코 선정 "죽기 전에 보아야 할 세계 100대 명소"에 선정된 곳이었다.
높이는 해발 600m에 이르는 고지대로서 수 억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km, 폭 18km에 이르는 따알호수가 형성되었고, 1977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 화산은 주기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화산 학자들이 화산활동을 계속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전(全)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활화산인 중심 분화구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보기 위해 화산을 감싸고 있는 따알호수를 대나무로 만든 방카라는 뗏목을 타고 건너가서 마부가 이끄는 말을 타고 화산 꼭대기까지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하이킹 삼아 걸어서 올라가기도 했었다.
따가이따이 주변에는 필리핀 대통령 영부인이던 이멜다가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피플스파크(people's park)와 필리피노들이 가족단위 소풍으로 많이 찾는 피크닉그루브(picnic grove)가 있으며, 유명 골프장과 호텔, 레스토랑들이 산재해 있는 필리핀 대표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