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2일 일요일 오후 2시에 발생한 따알화산 폭발 후 화산재에 뽀얗게 뒤덮여서 잿빛으로 변했던 죽음의(?) 도시가 화산폭발 후 2주가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전기와 수도,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아 암흑의 세계에서 지내다가 전기가 들어오면서 물청소가 가능해졌고 인터넷이 되니 화산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붕에 쌓여있는 화산재를 걷어내는 일이었다. 이 화산재는 물과 혼합되면 딱딱한 시멘트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에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깨끗이 걷어내지 않으면 물홈통과 배수구가 막혀서 물난리가 일어날 수 있다.
지붕 위에 올라가 보니 새벽 이슬때문에 이미 굳어가고 있어서 나무막대로 두들겨 깨트린 다음에 쌀포대자루에 담아 밑으로 던져 내려서 집 밖 공터에 내다 버려야만 했다. 지붕이 넓다 보니 모든 작업을 마치는데 거의 1주일이 걸렸고 25킬로짜리 쌀포대로 약 70~80포대 정도를 담아 버린 것 같다.
[온 집안이 화산재로 까맣게 뒤덮힌 모습]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은 금속 재질로 된 용품에 쌓인 화산재를 걷어내는 일이다. 물탱크 같은 곳의 배관에 묻은 화산재를 그냥 놔두면 녹이 슬어 금방 부식이 되기 때문에 물로 싹 씻어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 외벽과 주차장을 물청소하고, 정원에 있는 나무 잎사귀에 쌓인 재를 털어내거나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였다. 이 화산재에는 천연 미네랄 성분과 무기질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천연거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하여 잔디에 스며들어 있는 재는 모두 제거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남겨두었다.
[새싹 - 새 생명의 기운이 움트다]
이렇게 화산폭발 후 2주가 지나자 자연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텁게 쌓여있던 지붕과 도로와 나무의 화산재를 털어내고 물로 청소를 하자 새로운 생명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화산재가 덮여 숨을 쉬지 못해 시들었던 나뭇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새싹이 파릇파릇 올라온 것이다. 도저히 어쩌지 못해 잘라낸 나뭇가지에서도 하나둘씩 새로운 잎이 돋아났다.
대자연의 회복력과 재생력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집안 곳곳에서 잘라낸 가지마다 새싹이 돋기 시작했다]
이제 화산에 내려졌던 경보도 한 단계 내려가고 대피해 있던 주민들도 일상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물론 화산 가까이 위험지역엔 아직 출입통제가 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지역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도 화산에서는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고, 언제 또 재분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남아있어 생존배낭을 만들어 필수 의약품과 생존용품, 중요서류 등을 담아두어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제발 이대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