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야 Sep 03. 2024

춘천 M모텔에서 야간 근무를 시작하다

밤에 하는 일은 낮 근무보다 정말 힘들다

춘천 M모텔에서의 청소일은 시작부터가 달랐다. 지금까지는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4시쯤이면 모든 일이 끝나고 자유시간을 즐겼다면 여기는 오후 2시에 출근하여 밤 10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야간근무인 것이다. 특히 이 모텔은 나이트클럽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밤늦게까지 입실하는 손님들이 많고 2~3시간 쉬었다 가는 대실 손님이 많기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마음으로 자신감 있게 지원을 하였다.


아뿔싸~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장난이 아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의 강도가 높고 방 청소가 끝나자마자 바로 대실 손님이 들어오니 정신없이 바쁘다. 더군다나 저녁을 먹고 나서 손님이 퇴실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척 지루했다. 어떤 날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남은 음식이 한가득이라 방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엄청 많다. 먹방 유튜버가 왔다 갔나 싶을 정도로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날도 있다. 그래도 깨끗이 치우고 원래 상태로 방을 정리하고 나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모텔에 출근하면 바로 카운터 실장님이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주는데 그날 방의 상황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화면에서 빨간색은 숙박손님이 있는 방이고, 파란색은 대실손님이 있는 방이며, 녹색은 현재 청소 중인 방이고, 노란색은 손님이 퇴실하여 청소를 해야 하는 방이며, 회색은 청소가 다 끝나고 비어있는 방이란 표시이다.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온통 빨간색이 뜨며, 대실이 많은 날은 방 하나를 두세 번씩 청소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말 그대로 꼭지가 돌고 환장해 버릴 것만 같다.




위기의 순간이 한번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입술 주변에 수포가 생기더니 얼굴 쪽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집 근처 한의원에 가서 벌침도 맞고 약도 발랐는데 나아질 기미가 없이 얼굴이 붓고 심한 두통까지 왔다. 밤에는 참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져 밤새 눕지도 못하고 계속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잘 아는 가정의학과를 찾아갔더니 대상포진 같다고 하여 약을 처방받고 머리 뒤쪽 통증이 심한 곳에 신경차단주사를 맞았다. 얼굴이 퉁퉁 부어서 눈도 잘 못 뜰 정도였지만 그래도 일은 멈출 수가 없으니 쉬엄쉬엄 계속해야만 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일이 좋은 것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거나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거나 속이지 않아도 되며, 오로지 내 몸으로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오늘 할 일이 정해져 있으니 끝나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일 할 일은 또 내일 마무리하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이 깔끔하다. 그래서 힘은 좀 들어도 너무 좋다.




M모텔에서는 2023년 6월 1일에 일을 시작하여 11월 말까지 근무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12월 초에는 필리핀에 돌아가기 위해 항공티켓도 미리 끊어놓았었다. 그래서 강원대 비뇨의학과에 전립선 조직검사 날짜를 잡기 위해 상담을 했더니 환자가 너무 많이 밀리는 바람에 마땅한 날짜를 잡을 수가 없어서 11월 16일에 예약이 잡혀버렸다. 더군다나 조직검사를 위해서는 당일 입원을 해야 한단다.


"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떡하지?"

"조직을 떼어내고도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암세포가 발견되면 어쩌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다행히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을 잘 조정하여 일단 검사를 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였다.


[사진출처 : Pixabay]


그리하여 11월 8일에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받고, 11월 14일에 보건소를 방문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 결과를 받고서 드디어 11월 16일 오전 9시에 강원대 병원에 입원을 하여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대기하다가 오후 늦게 조직검사를 받았다. 인터넷에 나온 대로 전립선 12군데에서 조직을 떼어내는데 따끔하면서 뻐근하여 온몸에 힘이 들어가야 버틸 수 있었다. 약 30분 정도 검사를 받고 나서 병실에 돌아와 누워있다가 소변을 정상적으로 보고 나서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검사결과는 약 2주 후에야 나온다고 하였다.


집에 와서도 아래쪽이 다소 뻐근하고 불편하긴 했지만 그리 큰 통증은 없었기에 푹 휴식을 취하고는 다음날부터 또 모텔로 출근했다. 일을 하면서도 떠어낸 조직 일부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2주라는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누구에게도 말 못 하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불안감보다는 덤덤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드디어 11월 27일 아침에 결과를 보러 갔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나의 브런치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