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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Oct 13. 2024

그래도 새 봄은 아직도 나를

 지난 초겨울을 맞이하며 이런저런 행사와 계획한 일은 많았지만 너무나 어이없게도 나는 순간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골절로 아프고 힘든 겨울을 집안에서 보냈다. 한 번씩 병원에 가는 일이 얼마나 큰 짐이 되고 어려웠던지.


 나이가 들고 보니 청각도이상이 생기고 인지능력도 약해진 탓인가 보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겨울을 보내면서 창밖의 눈도 비도 자주 내리는 올 겨울 포근한 눈길을 걷고 싶고 우산을 쓰고 공원길도 걷고 싶다. 그토록 그립고 그리운 그 길을 걷고 싶다. 아무리 추워도 추운 것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다가 내 아픈 다리가 호전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아프면 어쩐다지? 진짜 잘 걷지 못하는 건 아닐까? 왈칵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그런데, 온몸이 부대끼고 견딜 수 없이 불편하기만 했던 어느 날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길고 긴 석고붕대를 제거하게 되었다. 아픔은 더욱 심한 것 같았지만 뼈가 잘 아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 세월은 흐르고 흐르다 보니 아픔은 점점 줄어드는 걸 느꼈다.


 바깥바람은 아직도 쌀쌀한 편이지만 코끝에 느껴지는 상큼한 봄내 음을 맡으며 햇볕이 따스한 공원길로 나왔다. 아직은 불편한 다리지만 그래도 또 넘어질까 봐 두렵고 조심스럽지만 지팡이도 과감하게 버리고 나 홀로 서기로 했다. 껌 딱지처럼 붙잡고 있던 남편의 팔 장도 이제 놓아버리자.


 얼었던 땅이 점점 녹아서 촉촉한 땅에 아기 풀들이 쫑긋쫑긋 피어 나오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하늘을 보니 높은 매화꽃가지 위에도 어느새 작은 꽃망울이 초롱초롱 맺혀있고 목련 꽃망울도 제법 물이 올라있다.


 이 아름다운 자연과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나는 오늘도 나를 기다려주고 반겨주는 새봄과 함께 감사와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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