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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by 벼리

작년 겨울 만 10세가 된 훌쩍 커버린 딸이지만

아직도 우린 살을 부비벼 함께 잠자리에 든다.


잠들기 전 불 꺼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우리 모녀.


평소에도 늘 아이에게

'너는 엄마아빠의 소중한 보물이야'

'엄마에게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어야 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엄마에게 이야기해 줘'

같은 아이의 자존감을 위한, 하지만 매일 말해도 지겹지 않을 말들을 주고받는 편인데 이 날은 아이가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어떤 사람,

곧 초등 5학년이 될 아이는 요즘 부쩍 직업에 대한 관심,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가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아무래도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들은 이야기들이 많아 그렇겠지


그저 하고 싶은 걸 재미있게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자주 해왔는데 아이의 그 '어떤 사람'에 어떤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에 어떤 이 직업을 뜻하는 거야? 아니면 어떠한 상태를 이야기하는 거야?"라는 내 질문에 아이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생물학과나 곤충학과에 가서 학자가 되는 거?"


아이의 꿈은 곤충학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듯 공룡을 좋아했고, 바다생물들을 사랑했다.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하교 후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 보니 그 관심이 곤충으로 넘어갔고 자연스레 곤충 이외의 모든 생물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곤충이 터를 잡고 살아야 하는 식물들, 곤충을 잡아먹는 천적인 파충류 양서류 조류등,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관찰하고 탐구하는 중인 아이는

공부는 싫지만 학자는 되고 싶은 구체적인 꿈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 꿈이 곤충을 잡으러 다니는 채집가나 곤충 찾아 떠도는 탐험가라면 모르겠지만, 곤충을 연구하는 학자가 꿈이라면 싫어도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종종 해왔는데, 그게 아이에게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딸아, 엄마는 네가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던 엄마에게 소중한 딸이야. 어느 날 꿈이 바뀔 수도 있고 네가 할 만큼 했는데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물론 훌륭한 곤충 박사님이 되어서 멋진 연구실에서 하루종일 곤충을 연구하게 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혹시나 넘어지거나 길이 막혀도 다시 일어나서 걸어갈 수 있는 건강한 힘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힘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지! 엄마는 우리 딸을 항상 응원해"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눈을 꿈뻑꿈뻑하다가 품에 쏙 안겨왔다.


아이가 내 말뜻을 다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진심만큼은 통했으리라 믿는다.


겨울에는 곤충을 찾기 어려워 새를 찾아다니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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