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키우는게 정답일까요?
내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아이 하나 낳아 처음 엄마가 되고 처음 학부모가 되어 늘 처음을 함께 하는 아이와 나.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우린 하교하면 놀이터에서 그냥 놀았다.
학교 근처 어느 영어학원이 유명하다더라, 대기가 수개월이라더라, 지금쯤 수학을 하지 않으면 뒷처진다더라 라는 엄마들의 불안섞인 수다에도, 우리아인 미술실을 가는 것 외에는 집에서 학습지 한장 조차도 풀지 않았다.
하지말라고 해서 안한것은 아니고 아이가 하기를 거부했다. 초등학교 1학년, 사방노트 안에 바르게 칸을 맞춰 글자연습 숙제에 불만을 토해내곤 했다,
"엄마, 친구들 모두 손모양이 다 다르게 생겼다? 손가락길이도 달라. 그런데 왜 글자를 똑같이 칸에 맞춰서 써야해? 우리는 모두 다 달라서 글씨도 얼굴생김새 처럼 달라. 그런데 똑같이 안썼다고 혼났어, 학교 재미없어"
우리 아이는 왜 학교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글씨를 쓰고 똑같이 앉아서 똑같이 대답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 했고, 매일 같이 자기 자신을 '새장에 갇힌 새' 라던가 '어항속에 불쌍한 물고기'가 된 것 같다라는 표현으로 울다 잠들어 나를 밤잠 설치게 했다. 매일매일 학교 가는게 힘든 아이였고 집에 돌아오면 세상을 다 가진것 처럼 거실에 널부러져 지겹도록 책을 읽거나 놀이터에서 뛰어 놀았다.
학교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엄마가 만든 루틴을 지키라고 할 생각도 자신도 없어서 그래, 놀만큼 놀아보자 어린아이가 열심히 놀줄 알아야 열심히 배울 힘도 생기겠지.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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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네 정보통이라는 엄마들과 차를 마시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에는 누가 어떤 육아관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몰라서 일단 아이끼리 인사를 나누면 엄마들하고도 어울리게 된다.
동네에 유명하다는 어학원 수학학원 논술학원 예체능 학원들의 정보를 다 섭렵하신 그분이
나를 별종보듯 신기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아이가 원하지 않아서 사교육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있고 좋아하는 미술과 집에서 열심히 책만 읽힌다는 내게
"나중에 아이가 정말 하고 싶어할때 왜 안시켜줬냐고 원망들으면 어떡해요?" 라고 말하고는 뒤이어
"00엄마가 아직 뭘 몰라서 그래, 그렇게 키우면 안돼요~"
그 뒤로 그 엄마를 만나지 못 했다.
그 분은 열심히 학원 라이딩을 다니느라 바빴고
나는 아이랑 놀이터 지킴이를 하느라 바빴다.
얼마전 7세고시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아이엄마는 처음이지만 나는 아이 낳기 전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었지만 나중엔 지쳐 우울증 약을 먹으며 그만뒀다.
어리기도 했고 육아경험이 없던 젊은 선생님은 '도대체 왜?' 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 하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남의 주머니를 열어 돈을 벌어내는 일은 직종불문하고 어렵고 고된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아이들을 도와 무언가를 해내게 한다는건 힘들지만 꽤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었다. 일을 하는 내내 몇번의 고비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하고 안겨오는 아이들때문에 여러해를 버텨낼 수 있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엄마들과 여럿 친해지고 나니 내게 하나같이 묻는다.
"지금이라도 다시 하지, 재능이 너무 아깝지 않아요? "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일을 그만둘 만큼 힘들었던 건 장난꾸러기들의 소란스러움도 아니었고 엄마들의 유난한 간섭이나 무리한 요구들도 아니었다.
세상에 억지로 하는 것 만큼 비효율적이고 생산성 없고 재미 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학원비를 받았기 때문에 내가 할 몫은 해야했다.
억지로 와서 의욕없이 앉아있는 아이를 흥미라도 잃지않게 어르고 달래가며 뭐라도 만들어야 하는 일이
가장 참기 힘든 순간이었는데, 그 상황을 솔직하게 부모에게 털어놓아도 그걸 그렇게 진지하게 듣거나
아이입장에서 생각하는 학부모는 손에 꼽는다, 아니 애초에 남인 내 눈에 그게 보일 지경인 아이를 억지로 그 공간에 들이민 부모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해도 통하지를 않는다. 그저 내가 능력없는 선생이 될 뿐이었다.
올해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새장같아 싫다던 학교를 매일 웃으며 등교하고,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도 나만의 특별함을 드러낼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좋은 선생님들과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매해 새학기가 되면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갈대처럼 흔들리고 불안한 마음이 스치지만, 올해도 아이랑 나는 열심히 자연을 걷고 건강하게 뛰어놀다가
미술실 가서 그림좀 그리고 수영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열심히 책을 읽을거다.
이렇게 키워도 되는지 맞는건지 틀린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열심히 키우는 중이고 제 속도대로 자라나고 있는 중이니까. 뒤늦은 공부에 뒷처지게 될 수도 있고 그로인해 좌절을 겪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안다.
무엇이 하고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진짜 해야되겠다라고 생각이 들때는 분명히 스스로 잘 해낼것 이라는 것을.
새학기를 시작한 모든 학생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