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상에쓰이는 독자 Jun 17. 2024

안경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08

지루함과의 싸움

오늘은 장날이다.     


 김제라는 지역 특성상 농번기라 장날은 사람이 적다.     


 ‘모를 심으시는 건지, 보리를 심으시는 건지 어머님들이 몇 안보이시네.’     


 후우~


 착잡한 마음을 속으로 삼키며 한숨으로 덜어낸다.     


 ‘오늘은 얼마나 팔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괜히 더 두리번거리게 된다.     


 사람이 아무리 없어도 장날이다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주 적진 않다.     


일 년 정도 되었더니 지나가시는 분들의 면면을 익히게 되었다.     


 테이블 앞에 앉아있으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선글라스 한번 보고 가세요”, “안경원에서 가지고 나온 믿을 만한 제품입니다.”라는 말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바뀌었다.     


저번 장날에도 보고, 그 지난 장날에도 본 고객님. 예전에 선글라스를 구매하신 고객님. 어떻게 매주 선글라스를 구매하겠는가.     


 그냥 날 보며 웃어주는 사람들, 응원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장사라는 게 참, 돈 벌려고 하는 거지만 서도 이런 소소한 뿌듯함이 있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손님을 기다리는 이 시간은 참 지루하다.     

이럴 땐 또 옆 가게 사장님과 수다만 한 게 없다.     


 사촌이 집을 사면 배가 아프지만, 남이 집을 사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전세 사기를 딛고 일어나 내 집 마련의 신화를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었다.     


 “... 내가 거기서 30년을 살고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한디야.” 


 사장님 친구분으로 보이시는 분이 사람 좋은 표정으로 다가오신다.     


 “뭔 이야기 했어~!”     


 무슨 이야기했냐고 물어보는 친구분에게 무슨 이야기했다고 답하며 자연스럽게 화재를 돌리신다.     


 “저번에 그 선글라스 어딨어?”     


 “아, 깜빡했지?”     


 “그래? 그럼 여기서 하나 해.”라고 하며 친구에게 선글라스를 권하신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나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제품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다.     


 “여기 사장님이 청년몰에서 하는데 잘해! 여기서 하나 해!”     


 사장님의 무한 칭찬에 친구분은 ‘그래? 이쁘긴 한데.’     


 아무래도 본인이 잘 모르는 곳이라 긴가민가해 하지만 친구의 강권에 못 이기는 척 하나 구매해 주신다.     


 “아유 김제에 청년도 별로 없는데 파이팅 해요!”라고 하시며 쓰고 계시는 선글라스를 달라고 하신다.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팔았지만 사실 오늘은 매출적으로는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상당히 지친다.     


 유느님도 말했듯이 토크라는 게 생가보다 체력이 많이 소비되다 보니 피곤한 감이 조금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피곤한 만큼 재미도 있었고, 또 이렇게 하루를 잘 보내었다는 뿌듯함도 있다.     


 옆 가게 사장님과의 수다, 응원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선글라스를 구매해 주시는 고객님들 덕분에 에너지를 얻어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소통과 관계 속에서 새삼 장사의 어려움을 느낀다.     


 장사란 무언갈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우리의 삶과 같아 그 방법이 참 다양한 것 같다.     


 어렵게 느끼면 어려운 것이겠지만 결국 ‘나에게 잘해주신 분들에게 더 잘해주자.’라고 되새기며 초여름의 석양과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작가의 이전글 안경원에서 있었던 일 0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