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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이 Aug 30. 2024

걸을 수 있는 다리

시 25


아침에 눈을 뜨며 '감사합니다.'

생각한다

잠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뜨기 직전에는

오늘, 혹 훗 날 느낄 감정을 온몸으로 느낀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침대에서 내려온다.

한 발 한 발 마룻바닥을 밟고 거실을 지나 주방을 향한다.

'이렇게 멋진 집이 나의 집이라니!'

감탄한다


갈증을 잠재우려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신다.

시원한 물이 입술부터 위장까지 훑는다.

그 타고 내려오는 감각을 느낀다.

'이렇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니!'

소리친다


나만의 방으로 들어가 푹신한 의자에 앉는다.

우연히 발견한 멋진 책을 보며 음악을 듣는다.

황홀한 감각에 빠져 그 순간을 음미하고 음미한다.

'나에게 듣고 볼 수 있는 귀와 눈이 있다니!'

웃는다


그러나 이제 나의 집, 사랑하는 나의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곳에 새로운 것이 있다기에.


허술한 배낭을 메고 어두운 거리를 배회하다 달빛을 바라본다

가야 할 길도 목적도 잃은 듯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에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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