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한 봉지에 오늘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겨울의 찬 기운에 온몸에 오한이 들고 목이 따끔거리는 오후,
혹시 코로나일지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감으로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마트 골목길을 지나다 보니 시끌벅적한 붕어빵 리어카 앞에서 아이들이 누런 붕어빵 봉지를 쥐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참 이뻐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아련히 떠오르는 한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때 등하교를 같이하며 3년간을 한 몸처럼 지냈던 친구
붕어빵 냄새와 친구 얼굴이 오버랩되어 그 친구가 불현듯 보고 싶어졌다.
붕어빵을 먹으러 가면 바삭바삭한 꼬리 부분을 좋아했던 나에게 본인은 머리가 좋다며
늘 빙그레 웃었던 친구
서로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자주 만나지 못했을 때, 우연히 그 친구 옆집에 살았던 친구랑 길에서 마주쳐 붕어빵가게 앞에서 붕어빵을 집어 든 날, 나는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붕어빵 머리가 아닌 꼬리를 좋아했던 친구였단다.
그 어린 나이에 붕어빵 꼬리를 좋아하면서도 친구를 위해 과감히 양보해 주었던 친구
난 그 사실을 알고 양보해 주었던 친구에게 아직도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
이 시간이 되고 말았다.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의 빠름 만큼 우리들의 푸릇했던 모습들도 나이가 들어가니 붕어빵의 꼬리처럼 누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10대의 푸릇푸릇했던 그 시간 들로 친구와 함께 다시 되돌아 가 보고 싶다.
주저 없이 붕어빵 꼬리를 양보해 줄 것이고 컵라면 뚜껑도 벗겨줄 것이고
때론 무거운 가방도 들어줄 것이다.
모든 감각이 춤을 추듯 꿈틀꿈틀거린다.
차에서 내려 붕어빵 한 봉지를 샀다.
차 안에 스며든 붕어빵 냄새에 따끔거렸던 목도 오한에 저려 왔던 몸살기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듯하다.
많이 바라면 많이 부족할 뿐이다.....
붕어빵 한 봉지에 오늘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분주했던 거리는 어느새 어둑어둑 해 지고 말았다.
잠깐의 멈춘 시간 동안 나는 코코샤넬 향보다 더 달달하고 향기로운 붕어빵 향을
차에 가득히 담고 힘차게 자동차 시동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