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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ssing you 01화

미싱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는 다시 미싱을 시작했다.

by 윤영

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은 가정이었다. 그중에 바느질은 어찌나 싫어했는지 실습할 때마다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했다. 그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자꾸만 삶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은 바느질이다. 싫어하는 것을 계속해서 생각하면 그것을 끌어당기는 현상이 발생한다는데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일도 해야만 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바쁜데 싫어하는 일을 왜 해야 해?'라고 반문했지만,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일은 내게 오지 않았다. 월요일, 화요일을 보내야 주말이 오듯이 많은 달콤한 것들은 싫어하는 것을 거치고 나서야 내게로 왔다. 피하고 싶은 고통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인간으로서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말해준다. 그간의 나는 자주 피하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결국에는 다시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고 더 이상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24년 겨울, 강아지에게 맞는 신발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강아지 입장에서 편한 신발을 만들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남편은 수업을 들어보길 권했고 나는 바로 실행했으며 그전에 당근에서 미싱기와 오버로크기를 덜컥 사버렸다. 돈을 쓰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나의 의지를 믿는 대신 돈의 의지를 믿었다.


숨고라는 앱을 통해서 한 두 번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약속된 수업 시간조차 잊어버리는 선생님의 클래스에 더 이상 수업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미싱기에는 먼지가 쌓여갔다. 때마침 연말이었고 쉬고 싶었다. 책상 위에 한가득 자리를 차지한 미싱기를 보면서 말없이 먼지를 닦아주던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언제 할 거야?라는 질문을 딱 한 번만 했던 것에도.


겨울의 기운이 조금씩 잦아들던 2월, 나는 한번 더 숨고를 통해서 클래스를 찾아보았다. 가까운 곳에는 수업이 없어서 직장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공방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이 개월이 되어간다.


나는 삶에서 자주 도망쳤고, 게을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리라. 이 글의 연재를 시작하는 것은 다시는 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당근에서 산 미싱기와 오버로크기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모를 때는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사길 권한다. 사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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