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과 실패 사이
숙제를 해 놓으면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 그것을 알고 난 이후, 미싱 수업이 끝난 다음날부터 부지런히 숙제를 시작했다. 선생님은 혼자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수업에서 했던 강아지 신발을 만들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초보인 내가 한족을 만들려면 족히 세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오늘은 패턴 그리기와 재단까지만 하자.'
결심하고 출근 전에 재료를 다 꺼내놓은 뒤 패턴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니 혼자 해도 얼추 비슷한 모양이 만들어지기에 신이 났다. 신이 나서 과욕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정해놓은 시간에 정해놓은 양만 했으면 수월했을 텐데, 패턴을 그리고 재단까지 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더 하면 하루 만에 완성할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에 재봉까지 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왼쪽은 수업 시간에 한 것, 오른쪽은 혼자서 한 것이다. 미끄럼 방지 원단의 위치가 반대로 박혔다. 끈이 들어가는 통로를 박고 나서 그 아래로 미끄럼 방지 원단을 박은 것이라서 수정을 하려면 두 개의 원단을 뜯어내야 한다. 여기까지 하는 데 두 시간 삼십 분이 걸렸는데...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원단을 반대로 박았는데 살릴 방법이 없을까요?"
돌아온 답변:
"원점으로 돌려야 해요. 뜯지 않고는 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설렘으로 앞서가던 마음이 멈췄다. 뜯고 다시 할 생각을 하니 숙제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하.. 나는 왜 이렇게 급하고 욕심이 많을까?' 자책하다가 오늘은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출근 전부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렇게 이틀은 실패한 원단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에게는 다시 에너지가 차올랐다. 주말이 시작되고 세 시간의 여유가 허락되었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실패를 발판으로 하니 영상을 보지 않고도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단축해서 신발 한쪽을 완성했다.
이제 나는 원리를 이해한다.
강아지 신발을 만드는 원리뿐 아니라 실패에 관한 원리까지.
실패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빠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뚱자는 그날 밤에 내가 만든 신발을 신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