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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ssing you 02화

뛰기도 전에 날려고 하면 벌어지는 일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된다.

by 윤영

미싱 수업을 시작하고 나는 두 번째 시간부터 좌절했다. 숙련된 미싱 기술도 갖추지 못하고 작디작은 강아지 신발 만들기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미싱을 시작하면 통상적으로 배우게 되는 과정들을 설명해 주었지만 나는 호기롭게 신발부터 만들겠다 했다. 미싱을 시작한 이유는 오로지 뚱자에게 편한 신발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으니까.


유아옷과 소품이 왜 이렇게 비싼지 신발을 만들면서 알았다. 작은 것들은 정교한 박음질이 필요해서 미싱 하기에 어렵다. 미싱은 발 밑의 페달을 밟으면 바늘이 움직이는데 밟는 세기에 따라서 실이 박힌다. 어쩔 때는 그 세기가 세서 원한 길이보다 실이 더 박히고 (그럼 망함) 어쩔 때는 그것이 두려워 페달 위에서 발이 굳은 채로 멈춰 있었다. 아마 운전을 처음 배우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리라.


작은 곡선 위에서 숙련되지 않은 미싱을 하려니 눈은 아프고, 필요한 과정들을 다 건너뛰고 만들려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머리가 아팠다. 기대에 가득 차 시작한 수업인데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미없다.'


수업이 끝난 뒤에 집에 돌아와서 다른 수업을 알아보았다. 지역을 고르고 또 다른 선생님을 알아보다가 어느 순간 나는 내가 계속해서 시작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이 더 박히는 것이 두려워서 페달 위에서 발이 멈춘 채로.


제대로 걸어보기도 전에 날려고 했으니 어렵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환경 탓을 하고 있었다. 40년 이상을 살아보니 걷기도 전에 뛸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간절히 원한다고, 머릿속으로만 열심히 바란다고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원하는 학교를 가길 원한다면 엉덩이 진득하게 책상 앞에 앉아 있었어야 했고, 투자로 돈을 벌기를 원한다면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공으로 얻기를 바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나에게 하는 투자가 가장 값진 일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 힘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해 보자.

그래도 다행인 점은 어려운 것을 먼저 시작해서인지 다음 과정들이 더 쉽고 재밌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무조건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뚱자의 첫 번째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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