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던 것이 현실이 된다.
나는 미싱이 어렵고 벅찼다.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미싱기에 실을 끼우는 방법부터 복잡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싱은 윗실과 밑실을 연결해서 자동적으로 기계가 박아주는 것으로 이를 위해 두 번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는 밑실 감기. 또 하나는 윗실 끼우기. 이는 미싱을 하기 위한 필수 준비 과정인데 자꾸만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니 시작조차 미뤄졌다. 귀찮더라도 책이나 강의를 보며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하며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손에 익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두려워서 못하는 단계를 거치면 다음 단계는 따라온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작가들은 일단 책상 앞에 앉아서 쓰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엉덩이를 붙이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쓰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글을 완성할 수 없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작을 거쳐야만 글을 남길 수 있다. 두려움을 지나면 환희의 순간이 온다. 나만 아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온전한 나의 것이다.
가끔 모든 준비를 갖췄는데 이상하게 박음질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윗실이 안 박히고 밑실만 박히거나 실채기에 실이 걸리지 않아서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들. 그럴 때는 재봉기 오른쪽 옆에 있는 풀리 다이얼의 위치가 바르게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을 다스려야 끝까지 갈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을 때 크게 잘못되는 것은 없다는 것도 미싱과 글쓰기의 닮은 점이다. 글을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쓰면 되듯이 미싱도 마찬가지다. 만일 실이 잘못 박혔거나 더 좋은 길이 있다 생각되면 가위로 실 틈을 자르고 다시 박으면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미싱을 통해 배우고 있다.
미싱을 계속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미싱 또한 좋은 글감이 된다. 미싱을 하고 있을 때와 글을 쓰고 있을 때의 나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오롯이 그 시간에 집중한다. 그 집중의 시간을 사랑한다. 지금은 단지 테이블보만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낼 나의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 상상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