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했던 것을 실행하는 자유

나에겐 자유 의지가 있다.

by 윤영

올 들어 나는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참고로 나의 MBTI는 ENFP이다. ENFP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얻으며, 실행력이 좋고 즉흥적인 타입이다. 다음과 같은 변화는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2026년 꾀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생각나는 것을 바로 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1-2주를 기다린다. 기다린 다음에도 원한다면 그것을 한다.)

2.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문장을 두 개로 나눠서 쓴 것은, 딱 내가 저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것을 바로 실행하는 것이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좋은 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런 성향이 강해서 시간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시간을 두고 이성적으로 생각했더라면', '너무 직감에만 의존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했다. 실행과 즉흥, 이 도드라진 면을 다스려야 한다. 나는 주도적으로 살고 싶고, 분명한 계획 하에 생각했던 것들을 이뤄냈을 때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의 에너지는 발산할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생긴다. 독서 모임과 일본어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독서 모임을 격주로 하고, 독서 모임을 하지 않는 주에 일본어 모임을 한다. 한 달에 네 번, 매주 모임을 여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시작하고 나니 오히려 다른 활동에도 활력이 된다. 심지어 일본어 모임을 주말에도 열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 2년 동안 주말에는 집에만 있었다. 무탈하고 평온한 주말,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발전은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나와야 이뤄진다고 하지 않던가. 며칠 전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왜 아직 내가 원하는 자리에 도달하지 못했을까?"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나왔는데 그때 남편의 대답은 "윤영이가 그 성공한 사람들만큼 열심히 사는 것 같지는 않은데?"였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는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에너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목요일에는 뚱자를 데리고 와서 힘드니까 보상 심리로 주말까지는 쭉 쉬는 일상. 그 와중에 성공은 하고 싶으니 한 달, 두 권의 책을 읽는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지만 기존에 하던 일보다도 에너지를 덜 쓴다. 그러면서 성공을 바란다는 것이 우스웠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이상이 높고 게으른 사람이라는데, 그런 면에서라면 나는 불행한 사람의 요건을 갖췄다.


물론 쉼도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잠이 많아서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 성공한 사업가들처럼 네다섯 시간 자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충분한 잠이 보장되었을 때 능률이 좋고, 짧은 시간 일해도 성과가 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효율적인 것을 찾다 보면 게을러지기 쉽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서 조금씩 안전지대에서 나올 생각이다. 어쩌면 2026년에 일본어 모임을 연 것이 그 시작일 수 있겠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쓴 송희구 작가는 아침 일기를 쓴다고 한다. 아침 일기가 밤 일기보다 좋은 것은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마음먹은 것을 실행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나도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해야 할 목록 다섯 번째에 있는 브런치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했던 것을 함으로써 자유를 느낀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강아지를 보면서도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 대신 안쓰러움이 드는 것은 그에게 자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나가고 싶을 때 나가지 못하고,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는 그런 자유 의지 말이다. 심지어 우리 집 강아지는 실외 배변만 하기에 싸고 싶을 때 싸지도 못한다. 그들에게 없는 자유 의지가 내게는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모든 개들이 1m의 짧은 줄에 묶여 살지 않길 원하고, 그것을 위해서 나의 자유와 의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쓸 계획이다.


핸드폰을 보면서 내 의지와 다르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대신 큰 틀 아래서 하려고 했던 것들을 해 내는 것만으로도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에너지로 전환되며 나나 타인에게, 나아가 세상에 이로운 활동을 하게 만들 것임을 믿는다. ENFP라서 좋은 점은, 끝에는 꼭 이다지도 긍정적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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