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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May 31. 2024

생각에 관한 생각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살면 좋은 점

사람은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만들어 낸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 섬세함을 생성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만들어 낸 생각 때문에 괴로워지기도 한다. 생각이 많은 것이 죄는 아닌데 "넌 왜 그렇게 생각이 많아?"라는 물음을 비난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도 그렇다.


나는 생각이 많고, 남편은 (나보다는) 생각이 없는 편이다. 내 머릿속에서는 항상 궁금증과 아이디어의 공장이 돌아가고 있고 남편은 거의 대부분 현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한다. 생각이 많지 않은 사람과 살면서 좋은 점은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나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고 말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그제는 남편이 유명하다는 케이크 집에서 한 조각에 14,000원인 망고 케이크를 사 왔다. 저녁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디저트까지 먹기에는 이미 위장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비싼 케이크는 꼭 오늘 먹어야 해'라는 의무감에 둘 다 해치우듯이 케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에 속이 부대꼈는데 "어제 망고 케이크를 먹어서 속이 안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이 '내가 퇴근길에 열심히 사 왔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속이 안 좋다는 그 말만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살면 좋은 점: 이 사람의 해석을 신경 쓰지 않고 즉, 눈치 보지 않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려고 할 때, '혹시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혹시 나 자신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를 먼저 생각해 보면 된다. 만일 내가 느끼기에 아무렇지 않다고 느낀다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조금 더 솔직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다. 그것은 남들의 생각을 과하게 의식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추측하고 먼저 만들어 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제는 생각 없이 사는 사람과 함께 나도 좀 덜 생각하면서 살아보련다.


덧) 생각이 없는 사람과 사는 것이 참 편하긴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람이 하는 말에 상처받지 않고 나 역시 있는 그대로 '이 사람은 이에 대한 생각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이 많고 적은 것이 비난의 요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졌으면. 나도, 남도 눈치 보는 사회를 위하여..!



인생 망고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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